『검은 노래』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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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은 상처 안에 내 몸을 누일 것이다, 세상은 크니까, 너무도 거대하니까.”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로 유명한 폴란드의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미출간 초기 원고를 모은 책이다. 지금껏 국내에 번역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이 연대별로 실려 있다.

쉼보르스카는 1945년 3월 14일 ‘폴란드 데일리’에 「단어를 찾아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1949년경 등단 시집을 준비했으나 출간하지 못했다. 자신의 가능성과 재능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던 시인이 출판을 철회했다는 설, 사회주의 정권의 검열 때문이라는 설,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기준으로는 어차피 출간이 어려울 거라고 여긴 시인이 스스로 포기했다는 설 등 여러 추측이 난무할 뿐이었다. 

원고 뭉치가 발견된 것은 2012년 쉼보르스카가 타계하고 난 뒤였다. 미하우 루시네크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재단’ 이사장은 2014년 이 원고를 출간하기로 했다. 훗날 세계 시문학의 거장으로 거듭나는 쉼보르스카가 청년으로 세상을 살아내며 마주한 고민이 이 책에 담겨있다. 신진 작가 시절의 쉼보르스카는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젊은 날 그가 관심을 보였던 모티브는 무엇이었는지, 무엇보다도 제2차 세계대전의 상흔이 시인의 작품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기록이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최성은 옮김/문학과지성사/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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