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묘 참깨. 본인 제공.
반려묘 참깨. 본인 제공.

지난 달, 집 구조를 바꾸고 싶어 방에 있던 책들을 꺼내어 책장 정리를 했다. 아직 읽지 못한 책부터 수없이 봤던 책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그 많은 책 중에 동물에 관한 책은 없었다. 골목에서 우연히 만날 수 있었던,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던 것이다. 왜 그런 책을 보지 않았던 걸까. 곰곰이 고민해보았다. 그리고 인정 할 수 밖에 없었다. 인간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고, 동물에게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그만큼 내가 바라보는 세계는 제한되어 있었다는 걸 말이다.

작은 원룸을 구해 독립을 하면서 고양이와 함께 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다. ‘내가 고양이와 함께 살만한 사람인가’ 망설여졌다. 사람들을 만나며 밖에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내가 고양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에 일찍 들어갈 수 있을까, 작은 원룸이 고양이에게 답답하진 않을까, 고양이의 밥과 간식을 챙겨줄 경제력이 있는가와 같은 고민들이었다. 함께 살겠다는 게 내 욕심에만 비롯된 일은 아닐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러던 중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유기견/묘 소식들이 게시되는 한 어플을 보게 되었다. 거리에서 구조된 강아지, 동네 주민들이 신고해서 센터로 가게 되거나 입양을 갔지만 다시 파양이 된 고양이까지 누군가의 손길이 너무나도 필요한 아이들이 그 곳에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대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 되곤 했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었고 입양신청서를 제출하고 전화면접 등의 과정을 거쳐 지금의 야옹이, 참깨를 만날 수 있었다.

반려묘 참깨와 함께 살아보니 긴 시간이 흐르지도 않았는데 세상을 마주하는 관점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었고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거리에 움츠려있는 작은 동물들의 생명 하나하나가 귀하게 여겨졌고 사람들과 함께 무사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길 간절히 바라기도 했다. 이런 애정만큼 한편 화나는 일 역시 너무나도 많았다. 동물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았던 탓이었다.

동물학대는 무차별적이고, 연쇄적으로, 잔혹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익명성에 숨어 동물 학대 영상을 게재 및 공유하고, 학대 행위를 조장, 방조하는 등의 범죄까지 나타나고 있었다. 동물의 생명의 귀함을 모르고 이러한 일들을 벌인다는 것에 분노가 일었다. 하지만 참담한 것은 정작 동물학대 사건의 범인 검거 비율과 처벌 수준이 여전히 미비한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동물학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 등 정치적 노력이 절실했다. 길거리에서 무참히 죽고 학대받는 일들에 맞서 지켜줄 수 있게끔 제도적으로 동물권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2월 12일부터 반려동물을 유기할 경우 기존 과태료에서 벌금형으로 상향되어 처벌되고 벌금형으로 전과기록이 남게 된다는 점과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 행위 또한 상향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 받는다는 점은 유의미하다고 보았다. 반려동물을 유기하고 학대하는 것은 명백히 범죄행위라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들을 시작으로 정치권은 동물권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말하고 변화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고양이 참깨와 함께 사는 나는 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동안 대변인으로 브리핑을 쓰며 당의 입장을 낸다는 것에 대한 무게감을 느꼈다면 이제는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집사 출신 정치인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져가고자 한다. 매번 당의 브리핑을 쓰는 건 내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고백하는 순간과 같았다. 그 고백하는 순간에 참깨를 비롯해 더 많은 동물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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