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성추행 피해아동의 비디오 녹화 진술에 대해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 인정' 가능성을 언급, 앞으로 공판에서 증거 인정여부가 주목된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이대경 부장판사)는 지난 2일 유학 중 일시 귀국한 여조카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되고 성폭행한 혐의로 추가기소된 안모씨 사건과 관련, “피해 아동(당시 13세)이 현재 외국에 있고 정신적 충격 때문에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일단 형사소송법 314조 '특신상태'사유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본지 749호>

형사소송법 314조는 '사망, 질병, 외국거주, 기타 사유로 인해 진술할 수 없는 때'조서나 서류가 특신상태에서 작성됐다면 증거 능력을 인정토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공판에서 검찰이 테이프를 제출하면 '특신상태'를 검토해 증거능력 인정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국내에 있다는 점이 다르지만 이는 지난달 30일 성폭행 피해아동 이모양 재판에서 비디오 녹화 진술을 했는데도, 법정에 출두하지 않았다 하여 가해자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서울지법 서부지원 안승국 판사는 지난 달 30일 유치원생인 이모양(10)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을 구형받은 유치원 원장 홍모씨(59)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측은 정신적 충격을 이유로 형사소송법 314조의 예외조항을 들어 진술조서를 증거로 인정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 사건이 예외조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1998년 4월 송모씨는 딸 이양(당시 5세)이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여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하던 중 딸이 유치원 원장 홍씨에게 성추행 당했음을 알았다. 송씨는 홍씨를 경찰에 고소, 병원에서 이양의 성추행 상황진술을 비디오에 녹화했으나 검찰은 피해아동이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송씨는 이에 헌법소원을 제기, 2001년 5월 손해배상을 받았고, 지난 9월 검찰은 홍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을 비롯 부산지역 '신부에 의한 유아 성추행사건 공동대책위'소속 57개 단체들은 지난 달 31일 성명서를 내고 “피해 아동이 증언하는 어려움을 반영, 증거보전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한 증거보전청구권(성폭력특별법)과 법무부의 비디오 진술 녹화제도 시행 등 그간의 피해아동의 권리보장을 위한 흐름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이 사건의 결정적인 변수는 증거 부족이 아니라 재판부가 아동 성폭력에 대한 이해와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것”이라며 “검찰의 항소 진행에 따른 재판부의 결과에 주목하겠다”고 말했다.

나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