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장 예비후보 중 한 명은 서울에서 독립해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으면 총 1억17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고, 출생자가 사망자보다 적어 근대화이후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했다는 기사가 줄을 이었다. 지난해 출산장려를 위해 투입한 예산은 40조 2000억 원으로, 많은 재원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어 정부의 저출산 정책에 대한 비판 또한 크다. 출생율을 높이기 위한 지금까지의 재정지원 정책들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 누구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온 정책들이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2016년 행정안전부의 가임기 여성들의 지자체 분포도, 바로 출산지도가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출산의 주체를 여성으로 보고, 가임기 여성들의 분포도를 그려놓았던 정부는 ‘여성들이 왜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귀를 닫고 있다.

청년여성들은 ‘4B’ 바로 비연애, 비섹스, 비결혼, 비출산을 다짐하며 자신들의 삶을 기획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여성들이 왜 4B를 선택하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는다. 단지 젊은 층의 치기어린 무엇쯤으로 간주해버린다. 많은 실태조사 및 연구는 청년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걸 드러내고 있다. 20~30대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이 개인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줄을 너무도 잘 안다. 이제 더 이상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다를 거야’라는 낙관주의를 발동하지 않는다. 자신은 남들과 달리 결혼출산이후에도 커리어를 유지하며 잘 해낼 거라는 예외성을 발휘하기에 축적된 실패사례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육아지원과 관련해 많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육아휴직 사각지대 해소,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초등돌봄 확대 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해법은 반쪽자리 대안일 수밖에 없다. 남녀 모두 노동해야 생존이 가능한 시대에 노동영역이 ‘일하며 돌보며’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사회 일·생활균형이 가능한 직장은 얼마나 될까? 여전히 ‘일’이 삶의 중심이어야 한다고 부르짖는 직장 안에서 어떻게 개인이 회사 밖의 삶을 기획할 수 있을까? 정시퇴근을 하는 것조차 눈치 보이고, 자신의 퇴근시간을 자신이 정할 수 없고 알 수 없는데 말이다. 얼마 전 국민청원에는 한 여성이 결혼 6년 만에 어렵게 가진 아이 때문에 회사에서 부당해고 통보를 받았다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많은 이들이 마치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하다는 듯이 대응했지만 사실 이런 일은 지금까지 비일비재해왔다.

청년여성들은 출산과 육아로 ‘경력단절’을 겪고 싶지 않다. 그래서 4B를 선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변해야하는가? 국가에서는 어떤 정책들을 만들어야 할까? 여성들이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시차출퇴근제 등 유연근무제를 활발하게 사용하게 하는 것일까? 광주시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임산부 고용유지지원금을 기업에 지원하는 것일까? 임산부 고용유지지원이후에는 출산이후 고용유지지원도 해야할텐데 아이가 몇 살 때까지 여성을 고용해달라고 지원금을 줘야할까? 이처럼 여성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정책은 조직 안에서 여성을 애물단지로 골칫덩어리로 만들 뿐이다. 노동 조직이 돌봄을 하는 사람을 기본으로 세팅되지 않는 한, 다양한 지원금을 줘가며 여성들의 고용유지를 구걸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돌보는 사람이 기본인 직장문화로의 변화가 가능할까? 여성 뿐 아니라 남성 또한 일·생활균형의 주체가 되어야 하며, 일하는 사람의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주 40시간이 준수되기만 해도 현재 육아지원 인프라 안에서 취업부부는 경력단절을 겪지 않을 수 있다.

청년여성들은 자신의 커리어를 희생하면서 결혼·출산·육아를 하고자 하지 않는다. 높은 실업률로 취업이 늦어지고 결혼이 늦어져 출산율이 낮다는 진단과 그에 따른 청년 취업지원, 결혼주거지원, 출산 지원 정책은 우리의 일·생활 균형에 강력한 규정력을 지닌 직장의 변화를 전제해야 한다.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나갈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직장문화를 변화시켜낼 수 있는 강력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김양지영 여성학자
김양지영 여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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