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퀸즈·맨해튼·할렘서 폭행 사건 발생
피해자는 모두 아시아계 여성...혐오범죄 혐의는 적용 안돼
빌 클린턴 "모든 종류의 차별에 목소리 높여야"

배우 올리비아 문이 트위터를 통해 알린 중국계 여성 폭행 사건 ⓒ배우 올리비아 문 트위터 캡처
18일(현지시간) 배우 올리비아 문이 트위터를 통해 알린 뉴욕시 중국계 여성 폭행 사건 ⓒ배우 올리비아 문 트위터 캡처

미국 뉴욕에서 최근 아시아계 여성을 겨냥한 폭행 사건이 하루 동안 3건이나 벌어졌다. 최근 미국 내 이러한 ‘인종 혐오’ 범죄가 계속되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우려를 표했다.

19일(이하 현지시간) ABC뉴욕, NBC뉴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2시경 아시아계 미국인이 다수 거주하는 미 뉴욕시 퀸즈 플러싱의 한 빵집 앞에서 52세 중국계 여성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한 남성이 다가와 상자를 집어 던진 뒤 이 여성을 강하게 밀쳐 넘어뜨렸다. 피해 여성은 철제 신문 가판대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바닥에 쓰러지는 바람에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실려 가 이마를 다섯 바늘 꿰맸다고 뉴욕 경찰(NYPD)이 밝혔다.

경찰은 18일 퀸즈에서 모욕과 공격 등 혐의로 용의자 패트릭 마태오(47)를 체포했다. 포레스트힐포스트 등에 따르면 그는 19일 새벽 3시경 보석 없이 풀려났다. 인종차별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혐오범죄 혐의로는 기소되지 않았다. 

배우 올리비아 문, 피해자 가족 등이 SNS를 통해 이 사건을 알리면서 공분이 일고 있다. 피해자의 딸 매기 케일라 청은 SNS를 통해 "그는 인종차별적 욕설을 퍼붓고 엄마를 길바닥으로 밀쳐 넘어뜨렸다"며 "엄마는 아직도 충격을 받은 상태이고 살아있다는 데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CCTV 영상은 조회수 37만회를 넘어섰다. 

케일라 청 인ㄴㄴ스타그램 ⓒ케일라 청 인스타그램 캡처
퀸즈 플러싱 폭행 사건 피해자의 딸 매기 케일라 청이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올렸다. ⓒ케일라 청 인스타그램 캡처

사건 당일,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의 한 지하철에서는 71세 아시아계 여성이 누군가로부터 얼굴을 얻어맞았고, 할렘의 한 지하철에서도 68세 아시아계 여성이 뒤통수를 가격당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이들 사건 또한 혐오범죄로 다뤄지고 있지는 않다.

최근 이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하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1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미국 내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범죄가 늘어 "깊이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모든 차별에 목소리를 높이고 폭력을 조장하는 무지한 수사(레토릭)를 거부하며 이웃을 돕는 데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혐오범죄의 증가를 우려하며 작성한 트윗 ⓒ빌 클린턴 트위터 캡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혐오범죄의 증가를 우려하며 작성한 트윗 ⓒ트위터 캡처

NYPD에 신고된 아시아계 증오 범죄는 지난해 총 29건이며 이 가운데 24건이 코로나19에 따른 외국인 혐오 사건으로 분류됐다.

실제로는 이러한 범죄가 더 흔히 일어난다는 주장도 있다.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증오를 멈추라'는 시민단체 웹사이트를 보면, 작년 3∼12월 미국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을 겨냥한 인종차별 사건 중 보고된 것만 2808건이다. 이 사이트 공동 개설자인 러셀 정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증오를 부추겼다"며 "아시아계 미국인이 그 타깃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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