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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우미>

한때 '복고'라는 말이 사람들의 입에서 유행처럼 번져 나갔던 적이 있었다. 영화, 텔레비전, 패션 등 장르를 불문하고 사람들은 되돌려진 시간에 강하게 반응했다. 복고주의라 하여 너도 나도 입을 모아 과거로의 회귀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현대인들은 과거에 대한 향수에 목말라한다 등의 수많은 말들로 '복고'라는 단어를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지금도 '복고풍'이란 말은 옷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화두다. 복고풍은 많은 이들이 염려한 것과는 다르게 하나의 유행으로 지나가지 않고 표현 방법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빈티지 진'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삽시간에 유행으로 번진 투박한, 걷어 입는 바지를 유행과는 상관없이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고, 꾸준히 입는다. '빈티지(Vintage)'는 복고풍을 표현하는 말이다.

'빈티지(Vintage)'란 수확기의 포도 또는 숙성된 포도주를 의미하는 말로 미술에서는 안티크(antique)의 다른 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패션용어로 쓰일 때에는 숙성된 포도주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는 옷을 뜻한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복고풍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모습이 절대로 아니다. 과거의 것을 취해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변형시킨 모습이다. 끝없이 변형하고 재활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매력적이다. 즉, '복고풍 = 촌티 나는 패션'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활용하는 표현 방법인 것이다.

때묻고 해지고 색 바랜 추억에 내 감각을 덧입혀 표현하는 '빈티지룩'. 여기엔 구제(중고 옷), DIY(Do It Yourself: 기존의 것을 내 손으로 직접 변형시키는 것), 리폼(reform) 등의 다양한 방법이 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내 입맛에 맞게 활용하면 더없이 훌륭한 나만의 패션이 된다. 남들 다 입는 유행에서 벗어나보자. 장롱 속에서 케케묵은 엄마의 코트를 꺼내자. 안 입는 옷을 꺼내 단추를 바꿔 달아보자. 꽁꽁 매어 묶던 머플러를 길게 늘어뜨려보자. 특별한 날엔 허리를 꽉 죄는 스커트를 입어보자. 정장벨트 대신 크고 넓은 벨트를 옷 위에 매보자. 좀먹은 옷이면 어떻고, 올이 좀 풀리면 어떠랴. 유난히 길고 짧으면 그 나름대로의 멋이다. 이것이 내 스타일이다.

빈티지 룩 또는 복고풍의 스타일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자유분방하고 폭넓은 표현방식이다. 또한 따뜻하고 그리운 포근함이 느껴진다. 나만의 스타일 없이 유행만을 좇기보다 좀더 나와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는 데서 즐거움을 얻자. 단순히 몸에 걸치는 옷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라 생각하면 매일매일 옷장을 열 때마다 또 다른 즐거움이 생기지 않을까? 오늘은 이런 모양의 옷이지만 내일은 다른 어떤 모양으로 바꿔 입을까, 하는 생각에 사소한 행복이 생겨날 것이다.

주우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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