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SNS 폭로, 그만큼
공교육·사법기관 신뢰 낮고
피해자들이 고립됐다는 증거...
‘그땐 그랬지’로 끝나선 안돼
피해자 믿고 공감하는 게 회복의 시작”

쏟아지는 ‘학폭 고발’은 ‘피해자들이 사회에 대한 신뢰가 낮고, 회복하지 못한 채 고립돼왔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Freepik
쏟아지는 ‘학폭 고발’은 ‘피해자들이 사회에 대한 신뢰가 낮고, 회복하지 못한 채 고립돼왔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Freepik

쏟아지는 ‘학폭 고발’은 ‘피해자들이 회복하지 못한 채 고립돼왔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개인들이 SNS를 폭로 창구로 택하는 것은 젊은 세대에게는 그게 익숙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공교육, 사법기관 등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증거다. 학교엔 여전히 ‘피해자가 못났으니까 당했다’는 식으로 피해자를 탓하는 문화가 남아있다. 피해자를 보호하거나 회복을 돕기 위한 절차도 미비하다. 친구나 교사에게는 쉽게 얘기하지 못하고 별 기대도 없으니, SNS를 통해서라도 위로와 공감을 받으려는 것이다. 가해자를 응징해달라는 요구도 있지만, 내 문제를 알아달라, 공감해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이들이 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치이즈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활동가)

“학교폭력을 겪은 아이들이 어른이 돼도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에 더 좌절하는 게 아닐까.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초·중·고 12년만 견디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거라는 메시지를 주입하지만, 학교를 떠나도 비슷한 폭력을 겪기 쉽다. 쏟아지는 폭로에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땐 그랬지’ 정도로 끝나서는 안 된다. 피해자들의 처절한 몸짓을 읽고, 그들의 말을 믿어주고 공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피해자들이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천광역시의 혁신학교에서 근무하는 H 초등교사) 

정부도 즉시 대책을 내놨다. 핵심은 ‘처벌 강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는 24일 ‘학교운동부 폭력 근절 및 스포츠 인권보호 체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앞으로 학교폭력을 저지른 학생선수는 선수 선발과 대회 참가 등을 제한하기로 했다. 

교육부도 지난해 발표한 ‘제4차(2020∼2024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에서 AI 기술을 도입한 지능형 CCTV를 학교에 설치해 학교폭력 감지 시스템을 구축,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 등 처벌 강화 추진 등을 예고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오히려 낙인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 실효성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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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가해자만 비난하기보다
그동안 학교는 뭘 했나 물어야

그런가 하면 과거 학교폭력을 저지른 사람이 잘못을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살 수는 없는지,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인권은 침해돼도 되는지, 결국 학교폭력 가해자가 또 다른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를 두고 여러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치이즈 활동가는 “‘학교폭력 가해자에게는 어떤 짓을 해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존재하는데, 청소년 인권을 무시하는 논리로 흘러가기 쉽다. 학교폭력을 가해자 개인의 인성 문제로만 볼 수도 없다. 그동안 학교는 뭘 했는지 물어야 한다. 한국의 학교 자체가 폭력이 흔히 일어나는 공간, 폭력을 은폐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놓치고 손쉬운 비난을 가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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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리고 욕해야만 학폭인가요...더 무서운 ‘조용한 학폭’ 늘어 www.womennews.co.kr/news/208124

 

학교폭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나요? 다음 기관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경찰청 117학교·여성폭력 및 성매매피해 신고센터
전화 : 국번없이 117
문자 : #0117

안전Dream : http://www.safe182.go.kr/pot/selectRptList.do?rptTyGubun=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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