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초기작을 만나다...서울시립미술관 ‘이불’ 개인전
거장의 초기작을 만나다...서울시립미술관 ‘이불’ 개인전
  • 최현지 기자
  • 승인 2021.03.02 21:55
  • 수정 2021-03-03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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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본관 '이불-시작' 전
세계적인 설치미술 작가의
퍼포먼스 영상·사진 기록 70여 점 등 120여 점 전시
이불 작가의 초기 작품을 위주로 한 '이불-시작' 전시 포스터 ⓒ서울시립미술관
이불 작가의 초기 작품을 위주로 한 '이불-시작' 전시 포스터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은 이불 작가의 개인전 ‘이불-시작’전을 2일부터 5월 16일까지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오른 미술가인 이불 작가의 초기 활동 시기였던 1987년부터 10여 년간 집중적으로 발표된 소프트 조각과 퍼포먼스 기록을 중심으로 한 전시다. 서울시립미술관 2020년 전시 의제인 ‘퍼포먼스’의 하나로 마련됐다.

이불 작가는 현대 사회의 삶과 여성에 대한 시선을 풍자하고 전복시키는 작품과 퍼포먼스로도 잘 알려졌다. 2012년 아시아 여성 작가이자 한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회고전을, 2018년 영국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다. 2019년 국가와 인류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한국인에게 시상하는 ‘호암상(예술상)’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불 작가의 초기 퍼포먼스 기록 작업에 초점을 맞춘다. 또 최초로 공개되는 드로잉 50여 점과 이번 전시를 계기로 재제작한 참여형 조각 1점, 퍼포먼스 비디오와 사진기록 70여 점, 조각과 오브제 10여 점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실 1은 이불 작가의 ‘소프트 조각’ 개념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기존의 조각 전통을 탈피하기 위해 소프트한 재료와 함께 인체의 재현 방식을 실험하던 대학교 재학 시절 작품 관련 기록과 드로잉이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1988년 첫 개인전에서 선보이고 2011년 재제작한 ‘무제(갈망)’ 연작과 ‘몬스터: 핑크’를 포함한 조각 3점은 사람의 살처럼 부드럽고 꿈틀거리는 불완전한 존재를 재현한다. 이와 관련한 드로잉 6점은 퍼포먼스에서 감지할 수 없는 새로운 움직임과 에너지를 표현한다. 

전시실 2는 ‘퍼포먼스 영상’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블랙박스다. 영상 12점을 통해 이불 작가의 퍼포먼스가 변모해온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1988년 ‘갈망’부터 1996년 ‘I Need You(모뉴먼트)’까지 총 33회의 다양한 퍼포먼스를 기획하고 실연했다. 소프트 조각을 입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출현하는 초기 방식에서, 점차 상징적인 기호와 정치적 함의를 지닌 오브제와 캐릭터가 등장하는 방식으로 이행했다. 또 여성을 재현하는 방식을 질문하는 작가의 태도가 꾸준히 지속돼왔음을 느낄 수 있다.

전시실 3은 ‘기록’에 관한 전시다. 사진 기록 60여 점, 미공개 드로잉 50여 점, 오브제와 조각 10여 점 등 풍부한 작품과 자료를 통해 이불의 퍼포먼스를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 로비에 설치된 작품 ‘히드라’는 1996년 처음 소개된 풍선 모뉴먼트를 2021년 버전으로 재제작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부채춤 인형, 왕비, 여신, 게이샤, 무속인, 여성 레슬러 등 복합적인 여성 이미지로 분한 작가의 초상이 인쇄돼 있고, 구조물에서 사방으로 연결된 펌프를 관객이 직접 밟아 바람을 불어넣어 풍선을 일으켜 세우는 참여형 조각품이다. 

이불, 퍼포먼스 사진, 1989. 종이에 사진 인쇄 42점, 각 42 x 29.7 cm; 29.7 x 42 cm. 사진: 마사토 나카무라. ⓒ이불
이불, 퍼포먼스 사진, 1989. 종이에 사진 인쇄 42점, 각 42 x 29.7 cm; 29.7 x 42 cm. 사진: 마사토 나카무라. ⓒ이불
이불, '히드라', 1996/2021, 천 위에 사진 인화, 공기 펌프, 1000cm(높이)x약700cm(지름). ⓒ서울시립미술관
이불, '히드라', 1996/2021, 천 위에 사진 인화, 공기 펌프, 1000cm(높이)x약700cm(지름). ⓒ서울시립미술관

오는 4월에는 이불의 초기작을 연구한 에세이, 사진, 자료 등이 수록된 모노그래프가 출간된다. ‘여성의 신체’, ‘문화 정치적 공간’, ‘근대성의 바깥’ 등 세 가지 키워드로 구성됐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퍼포먼스 중심의 초기 작품을 통해 작가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한국미술의 본격적인 국제화 작업을 위해 봄디아 베를린, 미디어버스 서울 간의 공동출판을 시행하고 국내 작가에 관한 연구 서적을 전 세계에 유통하는 등 한국미술의 본격적인 국제화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풍문으로만 떠돌던 이불 작업의 모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돼 기쁘다”라며 “초창기 이불 작가의 활동을 복기하면서 작가의 현재 작업은 물론 지난 시대의 문화적 자원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봐도 이불의 작품은 여전히 앞서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 관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사이트(yeyak.seoul.go.kr)를 통한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전시 관람 일정을 포함한 자세한 정보는 서울시립 미술관 홈페이지(sema.seoul.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오는 8일부터 ‘전시도슨팅 앱’을 통해 음성(국문·영문)으로 작품 해석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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