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실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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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동안의 여성단체 활동 끝에 자기발전과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 과감히 대학생활을 시작한 심통(별명, 33세) 씨를 만났다. 원래 제주가 고향인 심통씨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인터넷을 통해 만난 지금의 남자친구와 동거를 시작했다.

“여성주의자로 결혼제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면서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그런 환상이 실현될 수 있는가 실험해보고 싶었구요. 그리고 사랑하니까 같이 지내고 싶은 건 당연한 거잖아요.”

그리고 심통씨의 남자친구도 이혼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연애기간 동안 지속된 그녀의 결혼제도에 대한 반대 때문인지, 동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렇게 정치적인(!) 동거생활은 보통 '가족'들이 사는 모습과는 좀 다르지 않을까?

“남자친구가 워낙 노동시간이 길어요. 일의 특성상, 육체노동도 많구요. 그런 것을 이해하니까, 가사노동은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제가 많이 하는 편이죠. 남자친구가 책임지는 부분은 '청소' 딱 한 가지죠. 그래도 널려 있는 빨래를 보면 알아서 걷고, 접을 정도의 기본은 되어 있죠.

하지만 '같이 살고, 같이 쓰는 건데'라고 생각하면 짜증나는 부분은 있죠”라고 말하면서, “아무리 여성주의적으로 괜찮은 남자라고 하더라고, 그게 한국 사회의 야만성에 비해 괜찮다는 거지, 이상적인 것은 아니잖아요”라는 말을 덧붙이며 심통씨는 웃는다. 심통씨는 학교를 마친 후, 외국의 NGO에서 활동을 하거나, 제주로 돌아가서 활동을 계속하려는 계획을 갖는다.

이런 그녀에게 그녀의 남자친구는 “내가 제주도에 가면 할 일이 있을까?”라고 질문한다고 한다. 자기 편의를 위해 가지 말라는 말 대신에, 그녀의 일을 존중해주는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그녀의 남자친구는, 역시 여성운동을 하는 여자의 남자친구답다.

“사람들은 편하겠다고 해요. '시'자 들어간 사람 없다고 말이죠(웃음). 하지만 결혼하지 않은 여자를 바라보는, '임자 없는 여자'라는 시선도 만만치 않구요. 제도적인 거, 예를 들어 같은 집에 살면서도 의료보험은 따로 할 수밖에 없는 그런 문제도 있잖아요. 그리고 남자친구 엄마와의 관계도 어렵죠. 저는 좋은 친구의 엄마만큼 그녀의 경험을 존중하면서 잘해 드리고 싶은데, 그쪽에서는 저를 며느리로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친구 어머니는 다른 관계를 배워보지 못한 거니까 이해하려고 하죠”라는 심통씨의 말을 들으며, 새삼 우리 사회에서 '동거'라는 형태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인지 느끼게 된다.

우리 사회의 견고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동거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부도덕하게 바라보는지 알고 있기에 이 인터뷰는 부득이하게 별명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 여성주의자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은 끊임없는 실천과 실험이 필요한 것이다.

“여성주의자의 삶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잖아요. 제가 특별히 '평등하게 잘 살고 있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봐요. 그런 관계를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하는 거지….”

때론 무모한 모험이 될 수도 있지만, 심통씨의 이유 있는 모험은 아마도 계속될 것이다.

송란희 객원기자(서울여성의전화 인권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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