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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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2019년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세계의 과학자 중 하나로 꼽은 천문학자 심채경의 첫 에세이다. 그는 현재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기도 하다.

천문학자에게 천문학이란 할리우드 영화 속 과학자들의 액션처럼 스릴 넘치거나 화려하지 않다. 우주의 비밀을 궁금해하는 천문학자도 누구나처럼 골치 아픈 현실의 숙제들을 그날그날 해결해야 한다. 천체망원경을 들여다보며 별과 행성을 직접 관측하는 일은 드물고, 행성 관측자료를 연구실 컴퓨터로 전송받아 데이터와 씨름한다. 

책에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대한민국의 비정규직 행성과학자로서 하루하루 편견과 싸우는 여성 천문학자의 치열한 일상도 담겼다. 무엇보다 저자는 우주를 바라보는 일이 우리의 사고방식을 얼마나 넓혀주는지를 사려 깊은 문장으로 써 내려간다.  

심채경/문학동네/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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