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부모들 “서울시장 후보들, 정치의 이름으로 성소수자 혐오 그만”
성소수자 부모들 “서울시장 후보들, 정치의 이름으로 성소수자 혐오 그만”
  • 최현지 기자
  • 승인 2021.03.08 21:44
  • 수정 2021-03-09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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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부모모임, 8일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
“사회적 합의 운운하며 침묵하는 정치권” 비판
최근 세상 떠난 성소수자들 추모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당장 제정하라”
성소수자부모모임이 8일 오후 3시 30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후보 및 정치인들의 혐오 발언을 비판하고, 고 변희수 하사와 고 김기홍 인권활동가, 고 은용 극작가를 추모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
성소수자부모모임이 8일 오후 3시 30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들의 혐오 발언을 비판하는 한편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 제공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한 달 앞두고 후보들의 성소수자 혐오 발언 파문이 일었다. 당당하게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밝혔던 이들이 최근 연이어 세상을 떠났다. 성소수자 자식을 둔 부모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은 8일 오후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살아 있자, 누구든 살아 있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 이은용 극작가, 변희수 전 육군 하사를 추모하는 자리였다. 

하늘 성소수자부모모임 대표는 “고 변희수 전 하사에게 너무나 미안하다”라며 “성별 고정관념이 가장 팽배한 집단인 군을 향한 고인의 용기 어린 결단과 행동은 트랜스젠더 당사자들과 부모에게 큰 힘이자 위안이었다. 변 전 하사의 죽음으로 그 힘과 위안과 희망은 끝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을 낼 것은 없다는 군의 입장에 분노가 치민다”라며 고 변 전 하사가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심신장애 판정을 내리고 강제 전역시킨 군의 조치를 비판했다. “고인의 안타까운 소식에 애도를 표하는 군의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군은 애도를 표할 자격도 없다”고 지적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일부 후보들이 성소수자 혐오와 편견을 조장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이것이 과연 성소수자의 죽음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나”라며 “선거와 정치의 이름으로 당연하게 혐오와 차별이 자행되는 상황이 참담하기만 하다”라고 비판했다. 

하늘 대표는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트랜스젠더가 겪는 혐오와 차별’ 실태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트랜스젠더 상당수가 다양한 영역에서 혐오와 차별을 경험하고 있으나 인권 보장을 위한 국내 법제도 및 정책은 미흡하다고 봤다”라고 지적했다. 또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한국 사회 내부에서까지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 실태를 지적하는 현재 상황에 정치권은 언제까지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며 침묵의 자세로 일관할 것인가”라며 일갈했다. 

더불어 “우리 성소수자 부모들은 당사자들에 대한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행사하고 방조하는 사회에서 살게 한 것에 너무나 미안하다”라며 “성소수자에게, 우리 자녀들에게 한국 사회의 차별과 혐오가 대물림되는 것을 이제는 진정 멈춰야 한다”며 “희망을 어려운 이 나라에서도 살아 있자, 누구든 살아 있자”고 강조했다. 

성소수자 부모들 “포괄적 차별금지법 당장 제정하라”

성소수자부모모임은 성명서와 추모글, 비판의 글을 낭독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
성소수자부모모임이 8일 오후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명서와 추모글, 비판의 글을 낭독하는 모습. ⓒ성소수자부모모임 제공

이어 트랜스젠더 딸을 둔 어머니인 지월 성소수자부모모임 운영위원이 고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 이은용 극작가, 변희수 전 육군 하사를 추모하는 글을 낭독했다. 그는 서울퀴어문화축제 때마다 성소수자를 보듬고 위로하는 프리허그 등 행사가 펼쳐졌던 서울시청 앞 광장이 “죽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자리가 되어버린 작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2021년은 가혹하다 못해 잔혹한 해”라며 “퀴어를 공적 담론의 장으로 건져 올리기 위해 노력해온 세 사람이 연달아 세상을 떠났다. 혐오와 폭력을 전방에서 정면으로 마주해온 세 투사들이었다”라고 말했다. 또 “예술인으로서, 정치인으로서, 군인으로서, 그리고 동시에 성소수자로서 마땅히 살고자 한국 사회에 자신의 존재를 과감하게도 당연하게 드러냈던 이들의 잇따른 죽음이 더욱 사무친다”라며 “우리가 성소수자들을 안아주던 이곳에서나마 그들을 위로하고자 한다”라고 추모했다. “당신들이 있어 든든했습니다. 오히려 당신들에게 우리가 위로를 받았습니다. 차별과 혐오 없는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에서 이제는 편히 쉬십시오”라고 추모했다. 

트랜스젠더 아들을 둔 어머니인 나비 성소수자부모모임 운영위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인권에 대한 무감각과 몰상식을 스스로 전시한 셈”이라며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당장 끝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서울시장 후보들을 향해 “당신들이 혐오세력의 눈치를 보며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동안 성소수자들의 생명이 끊어져 가고 있다”라며 “성소수자 인권 보호,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지금 당장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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