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8일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
트랜스젠더 고(故)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변희수 전 육군 하사 등 추모하고
서울시장 후보들 향해 “혐오 그만”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가 ‘후보들은 들어라, 분노의 이어말하기’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신문

8일 오후 서울시청 정문 앞에 무지갯빛 깃발이 날렸다.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이들과 연대하는 시민 등 20명이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가 주최한 ‘후보들은 들어라, 분노의 이어말하기’ 기자회견 참가자들이다.

이들은 최근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고(故)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변희수 전 육군 하사 등을 추모했다. 성소수자들에게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등 연대 발언을 이어나갔다.

“성소수자, 판타지 주인공 아닌 평범한 사람...학교생활도 취업도 힘들어”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빌리씨가 발언하고 있다. ⓒ여성신문

“성소수자, 판타지 주인공 아닌 평범한 사람...공교육 개선하라”

성소수자부모모임의 물 활동가는 트랜스 여성인 딸 이야기를 꺼냈다. 밝던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 눈에 띄게 위축됐다며 “딸이 편견과 혐오가 가득한 세상에서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했음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트랜스젠더는 세간의 편견처럼 기분에 의해 성을 선택하고 다시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다. 오랜 기간 충분한 정체화를 통해 본연의 모습을 찾는 사람이다”라며 “공교육 현장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해 달라. 제도권 바깥에 머물 수밖에 없는 성소수자 당사자들에게 최소한의 안전을 제공해달라.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잔인함을 거둬달라”고 덧붙였다.

“성소수자는 일자리 얻기도 힘들어”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빌리는 “성소수자들은 한국이라는 사회 안에서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것부터 너무 힘들다”며 “채용에서부터 걸러지거나, 채용돼도 차별과 멸시를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는 현재 학교 환경이 성소수자들이 커밍아웃할 수 있는 곳인지 돌아봐야 한다”, “국방부는 고 변희수 하사에 대한 진심 어린 명시적 사과를 해야 한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군으로 거듭나도록 관련 정책이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정부, 성소수자 인권 보장 나서라"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이드는 “화를 견딜 수 없는 일상이 이어진다”며 김기홍씨와 변희수 전 하사를 추모했다.

그는 “37살 김기홍은 대통령의 성소수자 혐오발언으로 제주 퀴어문화축제를 조직했다. 그는 친절하고 사려 깊으며 분노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23살 변희수 하사는 강제 전역 충격에도 커밍아웃하면서 싸워나갔다”며 “그는 컴퓨터와 닌텐도, 웹툰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며 세상을 떠난 이들의 넋을 기렸다. 이어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는 (성소수자 인권 보장 노력을) 말과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후보들, 성소수자 혐오로 표 얻겠다? 잘못된 계산" 

자캐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신부가 말하고 있다. ⓒ여성신문

"서울시장 후보들, 성소수자 혐오로 표 얻겠다? 잘못된 계산" 

자캐오 대한성공회 신부는 “대다수 서울시장 후보가 성소수자 혐오표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철수 후보는 '퀴어 퍼레이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해달라. 대다수 퀴어 퍼레이드가 도심 번화가가 아닌 곳에서 진행된다'는 사실관계가 틀린 주장을 했다”, “오세훈 후보도 지난 총선 때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후보도 5년 전 동성애에 관련한 법을 반대하겠다고 했다. 최근에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표심을 얻기 위해 일부 종교집단의 말에 끌려가고 있는 거라면 잘못된 계산이다. 의식 있는 젊은 사람들은 보수적인 종교계를 떠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침저녁으로 기도하고 있다. 우린 서로 붙잡은 손 놓지 말고 끝까지 끝내 살아서 이 세상의 변화를 함께 목격하고 울고 웃고 싸워가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신지예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의 모습. ⓒ여성신문

"성소수자들 죽어가는 현실...그 심정에 공감해야"

신지예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는 “긴 폭력의 밤을 지나고 있다” “끊임없이 정치권에서 터져 나오는 혐오 발언을 들으면서도 사람들이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성소수자가 죽어가고 있다. 이는 은유가 아니라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 후보는 “우리는 그냥 성소수자로 설명될 수가 없다. 다양성과 취미를 갖고 있는 인간이고 살아 숨 쉬는 우주 그 자체다”며 “성소수자들이 끝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그 심정을 상상하고 떠올리고 공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별금지법 제정·학생인권종합계획 추진 등 정책 요구도

"성소수자와 여성 모두 차별·혐오에 맞서 승리하려면 차별금지법 필요"

정혜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여성의 분노와 투쟁의 시간을 기억한다면 소수자로서 차별·혐오의 대상이 된 성소수자들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여야 함을 외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그날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 “우리는 서로서로 존중하며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여성신문

"국회와 교육청, 혐오와 차별 몰아내라"

손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은 “한국에 사는 게 부끄럽다. 한국 정치인 그리고 시장 후보들에게 권고한다”며 “안철수 시장 후보는 당장 성소수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 교육청은 혐오와 선동 세력을 몰아내고 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을 추진하게 적극 지원하라”며 “국회는 차별금지법이 통과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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