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충분한 조사 없이 기소유예 처분…자의적 검찰권 행사" 비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강제추행 가해자에게 상처를 입힌 혐의로 입건된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기소유예 처분 취소 판단을 내렸다.

9일 헌재는 A씨가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검찰을 상대로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 10월 B씨에 의해 성추행을 당하자 사기그릇을 휘둘러 귀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A씨는 강제추행의 방어 차원이었을 뿐, 적극적으로 공격하려는 의사가 없었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헌재는 "충분한 조사 없이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중대한 수사미진에 따른 자의적 검찰권 행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B씨는 A씨보다 9살가량 젊은 남성으로 완력을 이용한 갑작스러운 강제추행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급박한 상황에 비춰봤을 때 다른 방어 방법을 취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B씨는 밤 10시가 지난 무렵 A씨를 뒤따라가 욕실 전원을 끄는 등 공포심을 야기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나가지 못하게 한 다음 기습적으로 강제추행을 했다"며 "사건 당일 정황, 강제추행이 이뤄진 장소의 폐쇄성 등을 고려하면 A씨의 방어행위는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공포 등으로 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A씨의 행위로 (B씨가) 상해를 입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음에도 검찰은 A씨에 대한 피의사실을 그대로 인정했다"며 "검찰로서는 B씨가 입은 피해가 상해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한 다음, 당시 A씨가 놓인 상황 등을 면밀히 따져 형법상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살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B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6개월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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