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절차 밟는 책도매업계 2위 송인서적
인수자금 15억 부족해 청산 위기
한국서점인연합회, 서점·출판·독자들에 인수 동참 호소

국내 서적 도매업체 송인서적을 살리기 위해 한국서점***가 공개 주주 모집을 연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7년 두 차례 부도를 겪었을 당시 송인서적. ⓒ뉴시스·여성신문
국내 서적 도매업체 송인서적을 살리기 위해 한국서점인협의회가 출자금 모금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2017년 두 차례 부도를 겪었을 당시 송인서적. ⓒ뉴시스·여성신문

도서 분야 국내 2위 도매업체인 인터파크송인서적이 법원의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중견 서점들이 송인서적을 인수해 살리겠다며 출자금 모금에 나섰다.

전국 중형 서점 40여 곳의 모임인 한국서점인협의회(한서협)는 9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인서적을 살리기 위한 서점·출판·독자들의 지원을 요청했다. 한서협은 “출판사의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도서 유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점의 고통도 장기화되고 있다”며 “출판유통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붕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송인서적은 1959년 송인서림으로 출발해 2200여 개 출판사와 거래하는 서적 도매업체다. 과거 두 차례 부도를 겪은 뒤 2017년 인터파크가 최대 주주로 들어섰다. 하지만 인터파크의 자금 수혈에도 영업적자가 누적되자 지난해 6월 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 

국내 2위 도서 도매업체인 인터파크송인서적이 사라지면 출판시장 전반에 미칠 피해가 적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한서협은 송인서적이 청산되면 중소 출판사 2200여 곳, 서점 1000여 곳이 문을 닫는 등 연쇄적으로 피해를 보고 현재 남아있는 직원 46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보고 있다. 

한서협이 송인서적 인수에 뛰어든 배경이다. 한서협은 지난해 8월 (주)보인을 설립하고 인터파크 측과 협상 중이다. 현재까지 40개 서점의 참여로 20억원의 출자금이 모였다. 또 독자들과 작가, 출판사 등을 통해 국민주주 형태로 1억원 이상을 추가로 모금했다. 인터파크송인서적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총 35억원 정도가 필요하기에 약 15억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오는 25일 본 계약을 앞두고 그때까지 자금이 확충되면 송인서적을 인수하고, 어렵다면 송인서적은 청산하게 된다. 한서협은 서점만이 아니라 출판사와 작가, 독자들도 주주로 참여시켜 25일까지 출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목표 금액이 모이지 않으면 전액 환불된다.

지난해 6월 29일 인터파크송인서적 채권단이 서울 강남구 인터파크 본사 앞에서 열린 인터파크 규탄 출판인 총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 인터파크송인서적 채권단은 인터파크송인서적이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해 6월 8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자산 처분 및 채무변제가 동결됨에 따라 피해를 입고 있는 출판사들로 구성됐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해 6월 29일 인터파크송인서적 채권단이 서울 강남구 인터파크 본사 앞에서 열린 인터파크 규탄 출판인 총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 인터파크송인서적 채권단은 인터파크송인서적이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해 6월 8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자산 처분 및 채무변제가 동결됨에 따라 피해를 입고 있는 출판사들로 구성됐다. ⓒ뉴시스·여성신문

한서협은 이번 인수 추진이 단지 서적 도매업체 한 곳을 회생시키는 게 아니라 동네서점과 출판생태계를 되살리는 계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보인 설립을 주도한 이연호 책이있는글터 대표는 “이번 인수는 대형 서점, 대형 출판사, 온라인 서점 위주로 돌아가는 책 생태계를 바로잡기 위해 차별적 공급률을 해결하는 등 기존의 책 유통체계를 개선해 동네서점과 중소 출판사를 살리고 출판의 다양성을 복원하는 ‘공익 도매업체’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서협 회장인 김기중 삼일문고 대표는 “건강한 책 생태계 유지와 공익성을 갖춘 안정적 도매망 구축을 위해 한서협이 송인서적 인수 작업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현재 부분 도서정가제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오프라인 서점을 할 수 없는 환경이다. 서점을 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경쟁력 있는 지역서점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 도서 유통이 아닌 서점의 수고를 덜 수 있는 새로운 도매 유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지역서점에서 단행본의 점유율이 10%밖에 안 된다고 한다. 여러 요인을 봤을 때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 명확하다. 오프라인 지역 서점이 사라지면 우리나라 전체 독서율 감퇴는 물론이고 특히 지방과 수도권의 문화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책 도매업시장은 북센과 교보문고로 사실상 양분돼 있다. 한서협은 송인서적이 회생하면 출판사들에게 제3의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김 대표는 “출판시장에 독과점이라는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제3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서협은 이날 출판생태계와 국민을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만큼 ‘공익성’ 확보 방안도 제시했다. 소규모 출판사와 서점에 불리하게 적용되는 ‘차등적 공급률(책 정가 대비 서점 납품가 비율)’ 문제를 개선하고 지역서점 통합전산망 구축, 공급률 정가제 시행 등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표면적으로는 국민께 도와달라는 얘기지만, 본질적으로는 더 나은 출판 생태계를 위해 서점인들이 직접 나서겠다는 뜻”이라며 “인터파크송인서적이 청산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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