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체육학회, 토크콘서트 ‘여성의 힘, 스스로의 한계를 두지 마라’
20대 여성 민간체육시설 이용률 48%.
여성 생애주기와 특수성 고려 맞춤형 스포츠 필요
서정화 전 국가대표 스키 선수, '스포츠 통한 성평등' 제안

지난 8일 한국체육학회가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해 개최한 토크콘서트에 참여한 패널들. 왼쪽부터 박재현 **교수,  ⓒ한국체육학회
지난 8일 한국체육학회가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해 개최한 토크콘서트에 참여한 패널들. 왼쪽부터 남상우 충남대 스포츠사회학과 교수, 박주희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 사무총장, 사회를 맡은 김민정 한국체육학회 부회장, 남윤신 덕성여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서정화 전 국가대표 스키선수, 박재현 한국체대 운동측정학과 교수.  ⓒ한국체육학회

스포츠계의 성평등을 이룩하기 위해 여성 특별 정책, 생애주기별 체육활동 프로그램 설계 등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돌봄 부담이나 경제적 문제 등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생활체육 참여율이 다소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른바 ‘핀셋형’ 체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20대 여성의 민간 생활체육시설 이용률 48%... 여성 생애주기 맞춤형 스포츠 프로그램 필요

남상우 교수는 성평등한 스포츠를 이룩하기 위해 남성 위주로 설계돼 온 체육 재정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봤다. ⓒ한국체육학회
남상우 교수는 성평등한 스포츠를 이룩하기 위해 남성 위주로 설계돼 온 체육 재정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봤다. ⓒ한국체육학회

이같은 논의는 지난 8일 온라인으로 열린 한국체육학회 여성의 날 기념 토크콘서트에서 나왔다.

토론자로 참여한 스포츠 전문가들은 스포츠 내의 성평등을 이룩하기 위한 여러 제안을 제시했다. 먼저 남상우 충남대 스포츠사회학과 교수는 성평등한 스포츠를 만들기 위해 인프라와 재원이 남성을 위주로 설계돼왔던 과거와 달리 체육 재정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영유아기(0~5세), 유소년기(6~12세), 청소년기(12~19세), 청년기(20~29세), 성인기, 노인기 등으로 생애주기를 분류해 여성의 제약 사항을 살피고 그에 맞는 구체적인 체육활동을 지원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봤다. 남 교수는 “가령 20대 여성의 경우 민간체육시설 외에는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며 “그래서 20대 여성이 민간체육시설 이용 비율이 48.2%로 가장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한된 재원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있었던 남성 중심 인프라에 우선 배정하게 되고 여성 스포츠는 후순위로 계속 밀려났다”라고 지적하며 “‘왜 스포츠가 남성에게 더 적합한데 왜 여성에게 자원을 할당해야 하나?’라는 노골적이고 공격적인 질문에 대한 정당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봤다. “여성도 한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스포츠의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스포츠 관련 정책이 여성의 생애주기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 중학생의 스포츠 경험과 70대 여성 노인의 경험은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데 이를 개별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 없이 뭉뚱그려서 정책이 수립되는 경우가 많다”며 “연령대, 생애주기별로 여성에 대한 스포츠 정책이 수립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별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배려’가 아닌 ‘특수성’

남윤신 덕성여대 교수(가운데)는 여성을 위한 스포츠 특화 정책이 없는 실정을 지적하며 중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율을 보장해야 한다고 봤다.  ⓒ한국체육학회
남윤신 덕성여대 교수(가운데)는 여성의 신체적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체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봤다. ⓒ한국체육학회

남윤신 덕성여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또한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차이와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체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남 교수는 “여성 청소년기에는 월경 및 월경 전 증후군으로 신체 활동에 많은 제약이 발생한다”며 “임신기 역시 일반 신체활동과 다른 신체활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정화 전 국가대표 스키선수는 스포츠 내에서의 성차별을 논의하는 데서 더 나아가 ‘스포츠를 통한 성평등’을 제안했다. 기존 남성 위주 종목과 여성 위주 종목의 차이와 차별을 없애고, 여성이 약하다거나 남성이 더 스포츠에 걸맞다는 미신이 통용되지 않도록 공정한 스포츠 활동을 통해 성평등을 이룩해가자는 것이다. 

서정화 전 선수는 올림픽 소형 썰매 종목인 루지를 예시로 들었다. 서 전 선수는 “루지 종목에서 여성과 남성의 출발 높이가 다르다”며 “여성이 더 빠른 스피드로 가거나 더 높은 지대에서 내려오면 위험하다는 인식인데, 그게 맞는지 의문이다”라고 봤다. 이어 “오히려 여성은 약하거나 남성은 강하다는 차별의식을 고착화하는 게 아닌지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2020년 여성 루지 월드컵 당시 루지 종목에 참가한 우크라이나 올레나 스테스키프 선수 ⓒWikimedia Commons
2020년 여성 루지 월드컵 당시 루지 종목에 참가한 우크라이나 올레나 스테스키프 선수 ⓒWikimedia Commons

서 전 선수는 “남성이 더 힘이 세고 체격 조건이 좋아 신체활동에 적합하다는 말은 틀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히려 “사회문화적 시선 때문에 여성의 스포츠 참여 기회가 제한됐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스포츠의 기준이 그간 너무 남성에게 맞춰져 왔기 때문에 여성을 배려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듯한데, 단순한 배려가 아닌 잘못된 역사를 시정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의 차원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포츠 분야가 성차별이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분야인 만큼 앞으로 기존의 성차별적 문화와 제도를 시정하고 성평등을 발전시킬 여지가 더 많은 좋은 분야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주희 사무총장 또한 “성차별에 있어 변화의 노력은 배려 차원이 아니라 특수성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사무총장은 “장애인 체육 또한 장애인을 배려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특수성에 맞게 적용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 아니냐”며 “여성과 남성은 분명히 다르지만, 누구나 스포츠를 누릴 권리를 갖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젠더 이퀄리티가 개발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토크콘서트는 한국 여성 스포츠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며 그에 맞는 정책 수립 필요성을 역설하며 여성 스포츠계에 새로운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며 마무리됐다. 

한편 한국체육학회가 ‘여성의 힘, 스스로의 한계를 두지 마라’는 제목으로 개최한 온라인 토크콘서트는 한국 여성 스포츠계에서 최초로 시도한 여성의 날 기념 행사였다. 

(관련 기사: ▶한국 스포츠 성평등 어디까지 왔나... 조직 성별 격차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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