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엄마’ 호칭 뿌듯, "소리를 통해 마음을 열어요"
‘귀엄마’ 호칭 뿌듯, "소리를 통해 마음을 열어요"
  • 김현희 기자
  • 승인 2021.03.24 10:29
  • 수정 2021-03-24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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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인터뷰] 홍하나 온누리보청기 종로센터 대표

3월 3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청각의 날’이다. 3일 발표된 ‘세계 청각 보고서(Launch of the World Report on Hearing)’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인구의 20%가 청력 손상 상태이고, 2050년엔 이 숫자가 4명 중 1명(20억~25억)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국내 난청인구도 급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난청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5년 29만3620명에서 2019년 41만8092명으로 4년새 42%나 늘어났다. 30대 이하 젊은층도 8만2586명(19.7%)으로 난청은 이제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세대가 신경 써야 하는 질환이 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아 소홀하기 쉬운 청각 보호와 유지, 청능 재활에 인생을 건 홍하나 온누리보청기 대표를 서울 강동구 온누리보청기 천호센터에서 만났다.

홍하나 온누리보청기 대표 ⓒ홍수형 기자
홍하나 온누리보청기 대표 ⓒ홍수형 기자

-보청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어요. 아버지가 베트남전에 포병으로 참전하셨는데 후유증으로 귀가 안 좋아지셔서 일찍이 보청기를 사용하셨죠. 그래서 어릴 때부터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기, 손을 많이 사용하면서 말하기 등에 익숙했어요.”

-언제부터 종사하게 됐는지.

“1999년 대학교 4학년 때부터인 것 같아요. 아버지 심부름으로 온누리보청기 종로센터에 드나들면서 조금씩 일을 하게 됐어요. 일찍 시작한 편이라 20대 후반까진 힘들었어요. 주로 어르신들을 대하는 일이니까요.”

-보청기 사업을 위해 따로 준비한 게 있는지.

“국문학을 전공했어요. 1998년에 한림대에 청각학 석사과정이 생기면서 아버지와 이모, 언니가 먼저 공부를 시작했어요. 저도 따라서 공부하면서 청각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난청인들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온누리보청기는 가족기업이라는데.

“아버지가 처음 보청기를 착용한 1980년대 초반에는 보청기 제작에만 1개월, 수리를 맡기면 보름은 기본으로 걸렸죠. 아버지는 그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직접 보청기 수리 기술을 배워서 사업을 시작하셨어요.  그리고 이모(현재 온누리보청기 천호센터 원장), 언니(대학에서 난청 관련 연구)가 청각에 대해 공부하면서 보청기 사업에 동참했고 저도 함께 하게 됐어요.”

-가족사업의 장단점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것 같아요. 보청기라는 제품의 특성상 고령층이 많은 편인데가 사람에 따라 달리 만들어져요. 고객분들의 청력 상태에 맞는 적합한 보청기를 위해 가족들과 주기적으로 만나요. 고객의 사례를 공유하면서 함께 고민하고 의논해 가장 적합한 것을 찾아낼 수 있어서 좋아요. 그래서 그런지 경쟁 같은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서로 고민을 스스럼없이 물어보는 편이라서요. 아버지가 간암으로 편찮으셨을 때는 많이 힘들었지만요.”

-사업을 시작할 때와 달라진 점은?

“고객의 연령층이 정말 다양해졌어요. 난청으로 보청기를 사용하게 되는 주 연령대는 70대인데요. 최근엔 80~90대까지 늘어났어요. 고령화를 실감하게 되죠. 젊은층도 많아졌어요. 젊은층의 경우 장시간 이어폰 사용에 따른 소음성 난청인 경우가 많죠.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경우도 있고요. 또 요즘엔 메니에르병(속귀에 발생, 난청·어지럼증 동반)으로 청력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아졌어요”

-보청기의 종류와 가격대는.

“보청기는 크게 두 가지예요. 귓속형과 귀걸이형이지요. 보청기는 난청 상태에 따라 맞춤 제작하기 때문에 다른 전자제품처럼 시즌에 따른 유행 모델이나 가격대가 있진 않아요. 성능과 크기에 따라 한쪽에 100만~700만원 대까지 다양한 모델이 있어요.”

-보청기 구입 시 유의할 점은.

“보청기는 맞춤형이에요. 각자 청력 상태에 맞는 적합한 보청기를 착용해야 최적의 효과를 볼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소음성 난청 등이 유발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구입 시 꼭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죠. 보청기는 처음 착용하자마자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는 게 아니라 적응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도 아시면 좋을 듯해요."

귓속형과 귀걸이형 등 다양한 보청기 ⓒ홍수형 기자
귓속형과 귀걸이형 등 다양한 보청기 ⓒ홍수형 기자

-사업 20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학업 스트레스로 청력에 문제가 생긴 고객이 있었어요. 처음 만났을 때 20대 초반이었는데 난청으로 인한 상실감, 좌절감 등으로 대인관계나 학업도 어렵고 군대에 갈 수도 없는 등 힘든 상황이었죠. 여러 보청기를 사용해봤지만 효과도 보지 못했다고 하고요. 그런데 저에게 와서 몇 개월 동안 매일 소리 변별·인지·이해 훈련·보청기 적응 등 청능 재활을 완벽하게 해냈죠.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해서 난청으로 인한 불편함 없이 잘 지내요. 그 모습을 보면 참 대견하고 뿌듯해요. 그래서 그 고객 부모님이 ‘귀는 원장님이 키웠다’며 저를 ‘귀엄마’라고 불러요”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는?

“고객 한 분 한 분이 특별해요. 고객들의 연령대가 다양해지고, 보청기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 새로운 보청기에 대한 연구도 게을리할 수 없어요. 저는 온누리보청기가 단순히 보청기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난청인들의 마음까지 치유하는 기업이 됐으면 해요. 그래서 소리와 귀를 넘어 고객의 심리까지 잘 이해하기 위해 관련 분야를 확장해서 공부하고 있어요. 많은 난청인들이 귀로도, 마음으로도 잘 듣고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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