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근절 공약 뜯어보니] 젠더 이슈 실종... "서울시장 선거 왜 하죠?"
[성폭력 근절 공약 뜯어보니] 젠더 이슈 실종... "서울시장 선거 왜 하죠?"
  • 이하나, 진혜민 기자
  • 승인 2021.03.19 06:00
  • 수정 2021-03-19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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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근절 공약 뜯어보니]
세 후보 모두 성비위 공무원
'원스트라이크 아웃' 도입 약속
여성폭력 대응 위한 조직 신설

디지털 성범죄 관련 공약 안보이고
공약 구체성 떨어진다는 지적도
ⓒ이은정 디자이너
ⓒ이은정 디자이너

4월 7일 열리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전임 시장의 성폭력 사건으로 초래된 이른바 ‘미투 선거’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젠더 이슈가 선거의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가고 있다. 젠더 이슈는 후보 단일화와 LH사태 등 이슈와 정쟁에 밀리고 토론회나 간담회에서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여야 후보가 내놓은 성폭력 근절 공약도 빈약하거나 구체적 실현 방안이 모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폭력예방‧피해자 지원 초점
성인지감수성 제고 방안 모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성폭력 관련 대책은 성폭력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과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위한 지원에 초점을 맞춰졌다. 구체적으로 △여성폭력예방팀 신설 △젠더폭력 예방 및 피해자 지원센터 지원 강화 등을 내놨다. 인터뷰를 통해서는 위력에 의한 성비위를 저지른 공무원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약속했다. 피해자의 일상회복에 방점을 찍고 제도를 상설화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으나 공약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전 시장의 성폭력 문제로 치르는 선거이자 박 후보가 ‘첫 여성 시장’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는 만큼 공약에 대한 관심이 높았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성폭력 예방을 위한 조직 신설 공약은 기시감이 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8년 6월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전 시장은 ‘서울위드유센터’를 설치하고 성희롱 없는 일터 만들기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사각지대에 놓인 소규모 사업장의 성희롱 예방교육, 사건대응 시스템 마련 위한 컨설팅 지원, 성평등 조직문화 만들기 매뉴얼 개발 등 구체적 내용도 함께 내놨다. 그러나 정작 서울시청은 ‘성희롱 없는 일터 만들기’에 실패했다.

야권, ‘귀책사유’ 들어 공격
정작 성폭력 관련 공약 미흡

야권 후보들은 보궐선거 귀책사유를 들어 박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성폭력 관련 공약은 빈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서울시 산하에 성폭력 예방·대응·관리를 지원하는 ‘종합학대예방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오 후보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언급하며 구체적으로 △무관용 원칙 △시장으로부터 독립된 특별기구 구성 △고위직 성폭력 예방교육 이수를 약속했다. 특히 여성 1인 가구 안전을 위해 △1인 가구 보호특별대책본부 설치 △GPS 장착 카드택시 이용 시 등록된 보호자의 휴대폰으로 승객의 승하차 정보 전송, 이동경로 실시간 확인서비스 제공 △긴급벨 추가설치 △위험 신고 시 전담경찰제 도입 △구역별 경비원 지원 △폐쇄회로TV 확대 설치 등을 약속했다.

여성 1인가구를 위한 안전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은 차별화됐지만, 폐쇄회로(CC)TV 보강, 택시 이동경로 실시간 확인서비스 등 사후대책 중심이며 기존 대책을 강화하는 내용이 많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성범죄 공무원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내세웠다. 안 후보는 구체적으로 △‘SOS앱’을 통한 성범죄자 신상 공개 △자치 경찰과 스토킹 방지와 감시, 서울시 조례에 스토킹 행위 유형별 사례 지침 마련, 신고 접수 시 범죄자 이동경로 추적 △서울시 인권센터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후보 중 유일하게 디지털 성범죄 근절 공약을 냈다. 그는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한 전담부서와 종합지원센터 설치 △인공지능(AI) 기술로 불법 영상을 실시간 삭제하겠다는 성폭력 근절 공약으로 발표했다. 

안 후보도 권력형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서울시인권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세 후보 중 유일하게 젠더폭력 범죄 유형별 대책을 발표했다. 스토킹 문제를 언급하며 서울시 조례에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며, 디지털 성범죄 대책을 공약에 포함시켜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한 전담부서와 종합지원센터 설치를 약속했다. 다만 서울시청 내 성인지 감수성 제고를 위한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새 시장은 1년 남짓한 임기 동안 반드시 해결할 수 있는 우선 과제에 성폭력 문제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피해자와 사건에 대한 단순 지원을 넘어 사건 발생의 근본 원인을 파악해 조직 내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전임 시장의 성폭력 문제로 치르는 선거라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선출직 공직자의 성범죄 사건 이후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을 막는 것을 임기 동안의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들이 조직 신설, 제도 마련을 넘어 성폭력 관련 문제만큼은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구체적인 공약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N번방 등 디지털 성착취 심각한데
디지털 성범죄 근절 공약은 안 보여

성폭력 예방 및 근절 관련 공약 가운데 디지털 성범죄 관련 공약을 발표한 후보는 안 후보 밖에 없었다. 성착취물을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유포한 ‘N번방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등 디지털 성범죄 문제가 정치권 이슈로 떠올랐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변방 이슈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 공약 부재에 대해 서랑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N번방 방지법’ 통과 이후 디지털 성범죄가 제도적으로 해결된 것처럼 생각하고 남은 과제로 여기지 않아서 공약에 빠져 있는 것인가”라며 “아니면 애초에 여성폭력 의제에 관심도나 이해도가 없어서 넣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랑 대표는 “최근 몇 년간 제도적으로나 인식적으로 공백이 있던 주제라 아무 정치적 견해가 없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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