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조 명예교수의 포스트코로나 전망
코로나로 급속화된 무인 시대
포스트 휴먼의 실존적 위기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이정실 사진기자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여성신문

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사회학)의 강의는 언제나 통찰의 거리를 제공한다. 들을수록 질문이 많아지고 탐색 욕구가 생겨나는 강의. 명강의 제1조건 아닐까? 3월 18일 미래포럼(이사장 이혜경)에서 ‘코로나 19, 사회적 여파와 후폭풍’을 주제로 김문조 교수의 강의가 있었다. 코로나 이후의 모습을 더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빙산의 일각의 또 일각을 옮겨본다.

김 교수는 코로나 이후 특징으로 ‘무인(無人)화’를 꼽는다. 방역수칙으로 접촉, 모임, 활동이 금지되고 각자 흩어져서 집안에 머무르는 생활을 하게 되면서 사람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진 모습을 ‘무인사회’라 표현했다.

코로나 이후 사회적 특징
정체·비대면·홀로·감시, 무인화

정체·비대면·홀로·감시와 함께 무인화 경향은 새로운 사회적 위기를 만들어낼 위험이 있다. 역동적인 발전과 소통이 위축되고 개인의 자율성이 훼손되며 공동체의 결속이 약화될 수 있다. 무엇보다 무인사회에서 개인은 고립된 생활을 해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은 이런 위기에 대응하는 유력한 해법으로 거론된다. 디지털 전환은 전산화(1960~1980년), 인터넷시대의 연계화(1990~2000년)를 거쳐 AI를 활용하는 지능화단계(DX3.0, 2010년 이후)로 들어섰다. 디지털 전환은 정체된 사회를 재매개(Remediation)를 통한 활성화할 수 있다. 또 비대면 사회에서 금지된 접촉을 접속으로 대신할 수 있다. ‘21세기는 접속의 시대’라고 선언한 제레미 레프킨의 말대로 데카르트의 코기토(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명제는 ‘나는 접속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로 대체될 것이다. 혼자 고립된 생활은 집단적 결속을 대신해 약하지만 강하게 연결된 교량형 관계로 발전해나간다. 방역을 위한 감시사회는 비억압적인 탐지체제로 확산될 수 있다.

디지털 전환 3.0은 재매개를 통한 정체국면의 탈피, 온라인 접속을 통한 대면 접촉의 한계 극복, 약한 관계의 강한 효과를 통한 홀로서기 역량의 강화, 데이터감시체제를 활용한 삶의 질개선, 스크린매개 의사소통을 통한 고립감 해소로 새로운 사회질서를 주도할 것이다.

인간을 대치한 기계의 등장
실존적 정체성의 위기 겪어

그러나 새로운 쟁점이 등장한다. 기계가 인간을 대치하면서 실존적 정체성의 위기가 생겨난다. ‘나인가 아닌가,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햄릿의 포스트 휴먼적 고뇌를 듣게 돌 것이다. 또 디지털 격차로 인한 새로운 불평등도 문제다. 디지털 기계를 다룰 줄 아는 운영능력과 자료선별능력 증강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불평등이다. 결국 무인화 시대에 인간가치의 하락이라는 ‘휴먼 디플레이션(Human Deflation)’ 논제가 생겨난다.

한국사회는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하고 있지만 방역 체계에서 치유대상을 생물학적 코로나 19 바이러스만이 아니라 그에 수반하는 ‘코로나 포비아’라는 마음의 바이러스까지 포함시켜야 한다. 더 나아가 ‘불안’이라는 사회적 바이러스도 방역 대상이다.

김 교수는 무인화를 ‘인간멸절의 묵시론을 함축한 난제 중의 난제’라고 말한다. 순진한 담론에 머물러 있는 현실에서 무인화의 후폭풍이 언제 어떻게 닥칠지 걱정스럽다.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