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저자 김안젤라씨
『또, 먹어버렸습니다』 저자 김윤아씨
예뻐지려 시작한 다이어트가 거식증·폭식증으로
외모 바꿔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강박이 원인
“섭식장애, 동경의 대상 아니라
전문가의 도움과 치료 필요한 병”

섭식장애를 경험한 당사자로서 각각 『또, 먹어버렸습니다』와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라는 책을 쓴 김윤아(왼쪽) 씨와 김안젤라 씨. ⓒ홍수형 사진기자
섭식장애를 경험한 당사자로서 각각 『또, 먹어버렸습니다』와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라는 책을 쓴 김윤아(왼쪽) 씨와 김안젤라 씨. ⓒ홍수형 사진기자

잘 먹고 건강한 일상을 만드는 게 중요한 시대다. 편협한 여성성을 탈피하려는 ‘탈코르셋’ 운동도 있었다. 그런데 한쪽에선 ‘프로아나(마른 몸을 동경해 거식증을 지지하는 것)’, ‘개말라’, ‘뼈말라(뼈마름: 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마른 상태)’ 등 지나치게 마른 외모를 추구하는 여성들이 있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올해 책을 펴낸 두 사람이 있다. 17년간의 섭식장애 경험을 고백한 김안젤라 씨와, 섭식장애 경험자이자 전문 상담사인 김윤아 씨다. 이들은 섭식장애는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전문가의 도움과 치료가 필요한 병이라고 강조했다. 

김안젤라 씨가 17년간의 섭식장애 경험을 고백한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왼쪽), 김윤아 씨가 섭식장애 전문 상담사로서 자신의 경험과 상담 내용을 써내려간 『또, 먹어버렸습니다』 ⓒ창비/다른
김안젤라 씨가 17년간의 섭식장애 경험을 고백한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왼쪽), 김윤아 씨가 섭식장애 전문 상담사로서 자신의 경험과 상담 내용을 써내려간 『또, 먹어버렸습니다』 ⓒ창비/다른

 

17년간 섭식장애 경험 수기 펴낸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저자 김안젤라 

김안젤라 씨는 섭식장애를 사회적으로 알리기 위해 도움받을 수 있는 기관 정보나 경고 문구 등을 기재해야 한다고 본다. ⓒ홍수형 사진기자
김안젤라 씨는 섭식장애를 사회적으로 알리기 위해 도움받을 수 있는 기관 정보나 경고 문구 등을 기재해야 한다고 본다. ⓒ홍수형 사진기자

김안젤라씨가 쓴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창비, 2021)는 찾아보기 드문 한국 여성의 섭식장애 경험 수기다. "17년째 섭식장애와 더불어 살고 있다"는 그는 유년 시절부터 패션디자인 전공자로서 외모 강박을 지니게 된 과정, 비교의식과 열등감 등 상처나 치부로 여겨질 수도 있는 경험을 낱낱이 드러냈다. 섭식장애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는 10대 시절부터 예뻐지고 싶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스무 살 겨울방학 때 처음으로 ‘폭토(폭식하고 토하기)’를 경험한 뒤로 문제가 있다는 걸 느꼈지만 주변에서는 날씬해졌다며 칭찬했다. 살이 조금이라도 찌면 ‘형편없는 나’로 퇴보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폭토’를 하루에 서너 번씩 반복하니 걷기조차 힘들었다. 수업에 나가지 못하거나 휴학하는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다. 체중만큼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여겼던 그는 점차 '혼자서는 못 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김안젤라씨는 가족이나 주변인들에게 억지로 끌려오는 많은 섭식장애 환자와 달리 자발적으로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간 흔치 않은 환자였다. 인지행동치료와 심리 치료 등을 병행하며 조금씩 나아지다가도 폭식증이 재발하는 일을 여러 차례 겪었다. 지금까지도 외모 강박이나 다이어트 욕구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진 못했지만, 이제는 극복에 집착하기보다는 몸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미디어를 섭식장애 유발 주요 요인으로 꼽은 김안젤라씨는 “누군가의 극단적 선택을 다룬 기사 말미에 우울증 관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과 연락처를 기재하듯이 다이어트나 몸매 관련 기사 하단에도 ‘섭식장애는 치료가 필요합니다’라는 정보를 명시하고 경고 문구를 기재해야 한다”고 말한다.

섭식장애 환자들 도우려 전문 상담가로 나선

또, 먹어버렸습니다 저자 김윤아 

섭식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김윤아 씨는 미디어를 꼽는다. ⓒ홍수형 사진기자
김윤아 씨는 섭식장애가 동경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치료한 병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홍수형 사진기자

섭식장애 전문 상담사이자 섭식장애 경험자인 김윤아씨는 『또, 먹어버렸습니다』(다른, 2021)를 통해 섭식장애에 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와 질문에 답했다. '제 친구들은 다 말랐어요',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칭찬받고 싶어요', '배고픈 건지 속상한 건지 모르겠어요' 등 실제 내담자들의 고민과 질문에 대한 조언 등으로 구성됐다. 

김윤아씨 역시 더 나아지고 싶고 인정받는다는 심리 때문에 다이어트 강박을 겪었고, 18세 때부터 6년 동안 섭식장애를 경험했다. 위장장애, 방광염, 탈모, 면역력 약화로 인한 피부 알레르기를 겪었다. 비 오는 날 계단을 오르내리지 못할 정도로 관절도 망가졌다. 섭식장애는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병이라고 했다. 

사회적인 인지도도 낮지만, 국내 학계에서도 섭식장애는 소외된 분야다. 전문 서적도 부족하고 연구자도 많지 않다. 하지만 김윤아씨의 상담실은 항상 만원일 정도로 섭식장애 치료에 대한 수요는 많다. 그는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다이어트하다가 쓰러져서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라며 “주변에 도움받을 수 있는 병원이나 지인, 그리고 이런 책도 있으니 혼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섭식장애 환자들에게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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