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

ⓒ현암사
ⓒ현암사

“어디든 내재되어 있는 일상 속 폭력을 직시하고 투쟁하는 일은 힘들다. 어느 선에서 포기하고 타협하는 선택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페미니스트들은 어쨌든 이렇게 계속 살아간다. 뒤돌아갈 길이 없고, 역사가 우리를 따라올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 ‘여성이 비로소 사람이 되었을 때’ 중에서 

페미니즘에 관한 다양한 문제의식과 고민, 행보를 다룬 책이다. 정치, 범죄, 대중문화, 법, 여성학, 교육, 과학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 9명의 목소리를 담았다.

논픽션 작가이자 과학사를 연구한 하미나 작가는 여성 과학자가 소외되는 현실과 역사를 지적한다. ‘페미니스트 교사 최현희 작가는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목도한 후 페미니즘 교육이 생존의 문제임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김민정 연구자는 범죄심리학과 여성학이 교차하는 지점을, ‘페미당당’ 심미섭 활동가는 늦은 밤 한 남자가 집 앞까지 따라온 경험을, 예술노동자인 우지안 작가는 가스라이팅 경험을 적었다.

이외에도 대한민국 최초로 커밍아웃한 트랜스젠더 변호사인 박한희 변호사가 고정된 성별관념에 던지는 질문, 디지털 성폭력 활동가인 하예나 씨의 활동과정과 피해·가해 이분법에 관한 문제의식을 담은 글, 가요를 좋아하지만 그 속의 여성혐오를 마주해야 하는 현실을 담은 복길 작가의 글, ‘낙태죄’에 관한 젠더법학 연구자 이은진 씨의 글이 담겨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싸우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자칫 거대해 보이는 페미니즘 담론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아울러 지난 몇 년간 한국사회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여러 이슈를 되짚어볼 수 있다. 

하미나·김민정·박한희·복길·심미섭·우지안·이은진·최현희·하예나/현암사/1만5000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