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바짝 조인 ‘불황형 흑자’

소득 감소에 대한 두려움에 지갑 닫고, 저축 수요 늘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직원들이 온라인 접수가 어려운 시민들의 신청을 돕고 있다. ⓒ뉴시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직원들이 온라인 접수가 어려운 시민들의 신청을 돕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가계 흑자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출을 줄이며 위기에 대처한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가구(2인 이상)의 흑자율은 1분기 32.9%, 2분기 32.3%, 3분기 30.9%, 4분기 30.4%로 모두 30%를 넘었다.

통상 가계동향은 전년 동기와 비교하는데 지난해는 매 분기 사상 최고 흑자율을 기록했다.

2003년 이후 작성된 가계동향 조사에서 분기 흑자율이 30% 이상을 기록한 것은 단 5차례로 2016년 4분기(30.3%)를 제외하고는 지난해 발생했다.

지난해 가계의 흑자율이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은 더 많은 소득을 올려서가 아닌 안 쓰거나 못 써서 발생한 '불황형 흑자'의 결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가계에 위기가 발생하면서 소비를 줄이고 미래 소득 불안정성에 대비한 예비 저축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출이 크게 위축된 것이다. 

지난해 1분기의 경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늘었지만 가계지출은 394만5000원으로 4.9% 줄었다. 

2~4분기 각각 4.8%, 1.6%, 1.8% 늘었고, 가계지출은 2분기에만 1.4% 늘어났고 3, 4분기에는 각각 2.2%, 0.1%씩 줄었다.

지난해 1분기의 경우 최고의 흑자율을 기록했는데,  정부가 지급한 보편·선별적 재난지원금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했다.

위기 때 비축된 흑자는 위기에서 탈출하면  폭발적인 소비로 나타나는 이른바 보복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을 말한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증가한 유동성과 이로 인한 자산시장 과열 속에서 움츠러든 소비와 저축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경기 변동도 급격해질 우려가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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