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서툰 노인 위해 7개국어로 도움 요청법 등 수록
미 한인 2세 에스더 임 “공동체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일 했을 뿐”

증오범죄 대처 요령을 담은 책자 '증오범죄 신고 방법'을 만든 한인 2세 에스더 임(32) 씨. ⓒhatecrimebook 웹사이트 이미지 갈무리
증오범죄 대처 요령을 담은 책자 '증오범죄 신고 방법'을 만든 한인 2세 에스더 임(32) 씨. ⓒhatecrimebook 웹사이트 이미지 갈무리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사는 한인 2세 여성이 차별과 폭력에 노출된 아시아계 노인과 여성을 돕기 위해 증오범죄 대처법을 담은 책자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에스더 임(32·한국명 임샛별) 씨는 자비를 들여 '증오범죄 신고 방법'이라는 안내 책자를 만들고, 홈페이지(hatecrimebook.com)에서 내려받아 누구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4500건 넘게 다운로드됐다. 

책자는 15쪽 분량으로 증오범죄의 정의와 대처 요령, 증오범죄 피해자의 법적 권리, 사법기관에 신고해야 하는 이유 등으로 구성됐다. 영어가 서툰 노인이 증오범죄 피해를 겪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책자를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태국어, 베트남어, 스페인어 등 7개 언어로 번역했다. 아랍어와 캄보디아어 번역본도 발간할 예정이다.

증오 범죄 피해자나 목격자가 연락할 수 있는 기관의 연락처와 함께, 외국어로 도움을 요청하는 간단한 회화도 추가했다. “영어는 제 모국어가 아닙니다”와 “누군가가 나를 따라오고 있어요”, “안전할 때까지 제 옆에 있어 주실 수 있나요?” 등이다.

또 증오 범죄와 관련한 지역별 법 규정을 고려해 LA와 인근 오렌지카운티는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뉴욕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주민을 위해 각 지역의 법률 정보를 담은 맞춤형 책자를 발간했다.

7개국어로 번역된 '증오범죄 대처 방법' 책자 ⓒhatecrimebook 웹사이트 이미지 갈무리
7개 언어로 번역된 '증오범죄 대처 방법' 책자 ⓒhatecrimebook 웹사이트 이미지 갈무리

임씨는 이 책자를 지역사회 노인 시설과 비영리단체 등에 배포했고, 어르신 등이 증오범죄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호루라기를 나눠주는 봉사 활동도 펼쳤다. 펀딩 플랫폼 ‘고펀드미(GoFundMe)‘를 통해 모은 기부금으로 인쇄비와 배포, 번역 작업을 진행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제 부모와 아시아계 분들이 증오범죄 공격을 받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려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증오범죄 피해자들이 신고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동시에, 위험한 상황이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또 "지역 사회 지도자들이 증오범죄에 대응해 실질적인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화가 났다“며 ”인종차별에 대해서 계속 얘기할 순 있지만, 도움이 필요한 개인들에게 어떤 해결책이 있을 수 있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저 공동체를 돕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좀 더 효과적인 일을 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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