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일곱 사람의 달콤한 인생’

미술 배운 적 없는 이들이 풀어낸 삶과 그림

27~31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 자작나무’

'일곱 사람의 달콤한 인생' 전시 포스터 ⓒ갤러리 자작나무
'일곱 사람의 달콤한 인생' 전시 포스터 ⓒ갤러리 자작나무

그림을 배우거나 가르치지 않는 특이한 그림 수업이 있다.

수강생들은 매주 만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해보고,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자기 주변을 돌아보며 그린 그림은 전업 화가도 놀랄 정도의 솜씨다. 

이 수업은 최석운(60) 작가가 운영하는 ‘1년 안에 그림 그리며 감상하기’ 수업이다.

선을 어떻게 그리고 채색을 어떻게 하는지 같은 기술적인 것을 배우기보다 ‘왜 그렸나’에 대한 고민을 정리하고 ‘어떤 마음으로 그렸는가’에 대해 깨달음과 배움을 얻는다. 그림 그리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도록 이끄는 수업이다. 

 

청강문화학교 평생교육원 '잠깐학교' 프로그램 수강생인 허순희 씨가 그린 그림 '위로' ⓒ갤러리 자작나무
청강문화산업대학교 평생교육원 '잠깐학교' 프로그램 수강생인 허순희 씨가 그린 그림 '위로' ⓒ갤러리 자작나무

수업의 수강생 김소영·김영림·양하영·유재성·이수형·이영림·허순희 씨 등 7인이 자신만의 개성으로 그려낸 그림 총 31점을 갤러리 자작나무에서 ‘일곱 사람의 달콤한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관객에게 선보인다.

이들은 중학교 수학 교사나 주부, 대학교수 등 미술과 관련 없는 일에 종사한다. 

최석운 작가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 평생교육원의 ‘잠깐학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년 안에 그림 그리며 감상하기’ 수업을 10년 전부터 운영했다.

수업을 열게 된 계기는 이수형(60)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이사장의 제안이었다.

이수형 이사장은 이번에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이사장이자 '잠깐학교'의 수강생인 이수형 씨의 그림 '목욕하는 우리 아이들' ⓒ갤러리 자작나무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이사장이자 '잠깐학교'의 수강생인 이수형 씨의 그림 '목욕하는 우리 아이들' ⓒ갤러리 자작나무

선생님이 미술의 테크닉을 전혀 가르치지 않는데도 수강생들은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냈다.

“다른 사람의 그림을 모방하는 게 제일 안 좋은 것”이라고 얘기하는 선생님의 지도하에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고, 그림을 통해 자신의 삶과 주변을 새롭게 되돌아보며 수강생 스스로 깨달음을 얻었다.

전시 참여자 중 이영림(55) 씨는 군대에서 휴가 나온 아들을 그린 그림을 두고 이야기 나누다가 눈물을 쏟았다.

아들이 어릴 때부터 자신이 높은 기대치를 강요했다며 반성하게 됐다는 얘기를 수업에서 꺼냈다.

중학교 수학 교사인 유재성(58) 씨는 포스터를 보고 무작정 수업에 찾아왔다.

그는 새벽에 학교에 출근하기 전 5시부터 2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고, 퇴근 이후에도 그릴 만큼 열심이다.

심지어는 학교 방과 후 수업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드로잉 수업을 만들었다.

과거에는 잘못한 아이들을 무작정 혼냈지만, 문제 있는 아이들 역시 사회를 이끌어갈 창의적인 미래 세대임을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알게 됐다.

과거에 그의 꿈은 교장 선생님이었으나 그림을 그리며 그 꿈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중학교 수학 교사인 유재성 씨가 가르치는 학생들 36명을 그린 그림 '코로나 시대의 아이들' ⓒ갤러리 자작나무
중학교 수학 교사인 유재성 씨가 가르치는 학생들 36명을 그린 그림 '코로나 시대의 아이들' ⓒ갤러리 자작나무

이번 전시를 기획한 최석운 작가는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예술을 표현하는 것이 특정인에게 제한돼있거나 누군가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가 가진 지식이 정답이라면 알려드리겠지만 나는 나의 길을 가는 것뿐이지 내 길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수 없다. 나를 모방하지 말고 본인의 그림을 그리라고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최석운 작가는 ‘시대의 풍속화가’라고 불리는 전업 화가로, 일상 속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전문 예술인이 아닌 일반인들의 삶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수강생분들이 몸소 보여주신다”며 “그림에 관심이 있고 표현 욕구가 있다면 누구라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청강& 잠깐학교 아트스쿨의 전시 ‘일곱 사람의 달콤한 인생’ 전시는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재 '갤러리 자작나무'에서 열린다.

전시 관련 자세한 사항은 갤러리 자작나무(02-733-7944)에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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