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 "신장 지역 제품∙원자재(면화) 공급 거부" 선언

중국 온라인 쇼핑몰서 H&M 상품 판매 중단 돼

중국인 "나이키∙아디다스 안사"…'애국 소비' 나서

중국 베이징의 한 H&M 매장 ⓒAP/뉴시스
중국 베이징의 한 H&M 매장 ⓒAP/뉴시스

중국인들이 스웨덴 패션 브랜드 'H&M'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섰다.

H&M이 중국 시진핑 정부의 인권 탄압에 반대하며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생산되는 면화에 대해 불매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현지시간 24일 H&M은 성명을 통해 신장 내 강제 노동과 종교 탄압 등을 거론하면서 “향후 신장 내 어떤 의류 제조공장과도 협력하지 않고 이 지역에서 제품과 원자재(면화)도 공급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H&M은 지난해 9월에도 "신장의 강제노동과 소수민족 차별 관련 보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면화를 구매하는 것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같은 달 신장 소수민족을 강제 동원했다는 의심을 받는 중국 면사기업 화푸 패션과 관계를 끊었다.

중국인들은 H&M의 발표에 반발하고 있다.

중국 공산주의 청년단(공청단)은 이날 웨이보에 "신장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서 중국에서 돈을 벌고 싶은가"라며 H&M을 비난했다.

이 게시물은 3만번 이상 공유됐고, 1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중국 내 주요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H&M 상품 판매가 중단됐다.

이날 오후부터 타오바오, 징둥, 알리바바, 톈마오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H&M 제품은 검색이 불가능해졌다. 

바이두(중국판 네이버 및 다음)는 H&M 매장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 서비스를 중단했고, 화웨이와 샤오미, 비보는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H&M 앱 다운로드를 차단했다.

중국 관영 언론도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

신화통신은 논평을 통해 “H&M은 불매 조치로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전했고, 중국 CCTV도 “판매 중단, 불매 운동, 터무니없는 행보에 대해 책임질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인들과 H&M간의 갈등은 세계 면직산업의 인권 탄압 철폐를 지원하는 비영리조직인 ‘더 나은 면화 계획(BCI, Better Cotton Initiative)’과 그에 참여하는 다른 기업에까지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BCI는 ‘지속가능한 면화 생산’이라는 목표에 따라 면화 재배시 독한 농약과 살충제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부당한 노동력과 아동 노동을 방지하며 원면의 공급사슬의 투명성을 증진하는 것을 취지로 삼는 단체다.

BCI는 지난해 3월부터 신장에서 생산되는 면화에 대해 허가증을 발급하지 않았다.

BCI에 가입된 글로벌 패션 브랜드 나이키, 아디다스, 갭 등은 BCI가 인증한 원면의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불똥이 튄 건 나이키다.

나이키는 성명에서 신장의 강제노동과 관련한 보도에 우려를 표하고 "신장 지역에서 제품을 공급받지 않는다"고 밝힌 적이 있다.

중국인들은 나이키 신발을 불태우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고, 웨이보에는 ‘나이키’가 인기검색어 1위에 올랐다. 

중국 누리꾼들은 유니클로, 아디다스, 갭, 필라, 뉴밸런스 등도 불매 기업 명단에 올리면서 이들 기업이 그동안 발표한 신장 관련 성명을 함께 게시했다.

환구시보는 버버리와 아디다스, 나이키, 뉴밸런스 등 적지 않은 기업이 최근 2년간 신장 면화와의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인민일보는 '나는 신장 면화를 지지한다'는 문구가 적힌 그래픽을 만들어 웨이보에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관련 주제는 조회수가 18억5000만건에 달했으며 220만명이 이 그래픽에 '좋아요'를 눌렀다.

불매 운동과 동시에 중국인들 사이엔 '애국 소비'도 유행 중이다.

10여개 중국 기업들은 신장자치구 원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중국 스포츠용품 기업인 안타는 "신장에서 생산한 면화를 계속 이용할 것"이라며 "BCI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인들은 "나이키나 아디다스 대신 중국 브랜드 제품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연예인들도 거리두기에 나섰다.

H&M 중화권 여성복 모델인 걸그룹 F(x)의 중국인 멤버 빅토리아 송은 “국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H&M과 그어떤 관계가 없다”고 손절 선언을 했다.

한편, H&M차이나는 "본사는 항상 글로벌 공급망 관리에 대해 개방성과 투명성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면서 "H&M은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H&M으로서는 중국시장이 매출 상위 4대 시장이며 2020년 11월기 매출액은 29억 스웨덴 크로나 (3억3900만 달러)였다.

현재 H&M은 중국 내 거의 모든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한 데다 500곳이 넘는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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