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은 범죄다] 정춘숙 “다음 단계는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제정이다”
[스토킹은 범죄다] 정춘숙 “다음 단계는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제정이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1.04.01 08:37
  • 수정 2021-04-01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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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은 범죄다] ③
[인터뷰] 정춘숙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여야 의원‧여성단체와 함께
‘스토킹 처벌법’ 제정 이끌어
8만원짜리 경범죄 취급 스토킹
범죄 행위로 법에 명문화 의의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수형 기자
정춘숙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홍수형 기자

스토킹은 범죄다. 이 당연한 상식을 법에 명시하기 까지 자그마치 22년이 걸렸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스토킹 처벌법)’ 제정안이 3월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제 스토킹은 최대 징역 5년형에 처해지는 범죄다.

정춘숙 국회 여성가족위원장(더불어민주당 용인시병 국회의원)은 스토킹 처벌법 통과를 이끈 대표 인물 중 한 명이다. 같은 당 남인순 의원,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 9명이 각각 스토킹 처벌법을 발의했고 지난 12월 30일에는 정부안이 발의되면서 국회 통과로 이어졌다. 정 위원장은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는 아예 1호 법안으로 스토킹 처벌법을 발의해 밀어붙였다. 그는 법안 통과 소회를 묻자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법무부 안이 나오기 전까지 20대 국회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까 봐 걱정이 컸어요. 다행히 순식간에 급물살을 타며 법안이 통과됐어요. 숙제를 해결한 느낌이에요.”

스토킹 처벌법 제정은 그에겐 숙제와도 같았다. 1992년부터 24년간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로 일한 그는 스토킹이 성폭력, 폭행, 살인 등 강력범죄의 ‘전조현상’이라는 것을 체감했다. 2010년대부터 국회 밖에서 법제정 운동을 펼친 그는 2016년 20대 국회에 입성하며 스토킹 범죄를 막기 위한 법제정에 나섰다.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가 도망가야 하는 범죄에요. 가해자를 피해 학교와 직장을 그만두기도 합니다. 안전을 위해 일상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죠. 그런데 지금까지 스토킹은 범죄가 아닌 ‘순애보’처럼 여겨졌어요.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는 식으로 스토킹을 짝사랑처럼 생각한 거죠.”

정 위원장은 1980년대 인기 만화인 ‘공포의 외인구단’을 예로 들었다. 만화 속에서 남자주인공 오혜성(까치)은 첫사랑인 엄지를 계속 따라다닌다. 결혼까지 한 엄지에게 집착한 오혜성이 승부조작까지 하는 설정이 나온다. 지금 보면 오혜성의 집착은 스토킹 범죄지만, 당시에는 순애보적 사랑이라며 인기를 끌었다. 정 위원장은 “당시에는 남녀 간 애정행각이라고 봤으나 1990년 후반부터 스토킹 행위가 범죄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이 공론화된 것은 1999년 15대 국회다. 그러나 첫 법안 발의 이후 통과까지는 22년이나 걸렸다. 정 위원장은 경찰과 경찰 등 부처 간 이견으로 인한 줄다리기와 함께 국회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스토킹을 기존 법으로 규율하면 된다는 인식이 컸어요. 살인사건이 나면 형법을 적용하면 된다는 의견이었죠. 스토킹 범죄의 특수성을 국회가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죠.”

어렵게 스토킹 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해 오는 9월 실행을 앞두고 있으나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스토킹 처벌법에서 ‘스토킹 행위’를 △상대방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행위 등을 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로 규정한다. ‘스토킹 범죄’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으로 명시했다.

먼저 ‘상대방 의사에 반하여’라는 부분이 ‘반의사불벌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하면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다.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질 때를 범죄로 규정한 부분도 ‘피해자다움’에 대한 강요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 위원장 역시 법률 제정이라는 첫 발은 뗐지만 피해자 보호를 위한 다음 단계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토킹 범죄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장에서 나옵니다. 처음 발의한 법에는 범죄 처벌과 피해자 보호 규정을 모두 담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 내용이 생략됐습니다. 이제는 피해자 보호법 만드는 일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정 위원장은 스토킹 처벌법이 집행되면 우려들이 현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력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역할이 커진 경찰의 현장 법 집행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긴급응급조치 조항으로 경찰은 스토킹 신고를 받으면 현장에서 △스토킹 행위 상대방에 대한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다. 경찰이 더는 피해자의 신고를 무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과거 가정폭력특례법에 긴급임시조치 조항을 넣어 경찰이 현장에서 접근금지 조치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을 때도 경찰들이 법 취지와 내용을 이해하고 현장에서 집행할 수 있도록 교육과 시험을 치렀어요. 이번에도 스토킹 범죄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장 경험이 많다는 것은 경찰의 장점이지요. 국가수사본부가 만들어져 경찰 역할이 커지고 여성폭력 등 젠더 문제가 경찰이 다뤄야 할 주요 사건이 됐어요. 시민사회가 더욱 열심히 경찰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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