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2조↑ 기업, 여성이사 1명이상 포함 의무화
LG·한화·현대차 등 ‘방탄 유리천장’ 기업도
이마트·GS홈쇼핑 등 주요 상장사도
잇따라 여성 사외이사 선임
국내 100대 기업 여성이사는 5%뿐
미국·유럽은 30~40%

2021년 3~4월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법인의 여성 사외이사 선임 현황. ⓒ여성신문
2021년 3~4월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법인의 여성 사외이사 선임 현황. ⓒ여성신문

LG·한화·현대차 등 ‘깨지지 않는 유리천장’으로 악명 높은 기업들이 잇따라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상장사 267곳 중 30여 곳이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지난해 1월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법인은 이사회에 여성 이사(등기 임원)를 최소 1명 이상 포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계열사(㈜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생명, 한화투자증권), LG그룹 계열사(㈜LG, LG전자, LG유플러스, LG하우시스, 지투알)는 지난달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다고 밝혔다.

㈜한화는 박상미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김현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이선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2명, 한화생명은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한화투자증권은 선우혜정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발탁했다.

㈜LG는 이수영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홀딩스㈜ 집행임원, LG전자는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LG유플러스는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 LG하우시스는 서수경 숙명여대 환경디자인과 교수, 지투알은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GS홈쇼핑도 3월25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윤종원 대주회계법인 공인회계사를 여성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고 같은 달 30일 밝혔다. 이마트도 3월24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김연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김 신임 이사는 이마트의 기업분할 이후 첫 여성 사외이사 자리에 올랐다.

현대차도 2월23일 첫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항공우주 전문가 이지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 부교수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3월12일까지 주총 소집결의서를 제출한 국내 상장사 267곳의 사외이사 후보를 조사해보니, 여성 사외이사 후보가 총 51명이었다. 이 중 8명은 재선임 대상이라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는 43명이다.

국내 100대 기업 여성이사는 5%뿐
미국·유럽은 30~40%

반가운 흐름이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부끄러운 수준이다. 독일은 지난 1월 여성을 의무적으로 포함하는 ‘여성 임원 할당제’ 법안을 승인했다. 앞으로 직원 2000명 이상, 임원 3명 이상을 둔 독일 상장기업은 최소 1명의 여성을 이사회에 선임해야 한다. 미국 뉴욕증시 상장 500개사로 구성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에 속한 기업의 여성 이사 비율은 2020년 기준 28%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 유럽 선진국은 법률 등에 여성 이사 비율을 40%로 명시하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헤드헌팅기업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매출(개별 및 별도 재무제표 기준) 상위 100대 기업 이사 756명 중 여성은 5.2%(39명)에 불과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9년 결산기준 자산 2조원 이상 기업 147곳 중 여성 등기임원(사내·사외이사 포함)을 둔 기업은 46곳(31%)뿐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후보로 올린 국내 기업은 30여 곳이다. 이달 정기 주총이 끝나면 여성 사외이사 수가 2020년 42명에서 올해 80명대로 두 배가량 늘 것으로 보인다. 여성 사외이사 비중도 기존 4.7%에서 8.8%까지 오를 전망이다.

한편, 처음 사외이사 후보에 오른 여성 43명 중 55.8%(24명)이 교수 등을 역임한 학계 출신이었다. 관료 출신이 25.6%(11명), 재계 출신은 14%(6명)이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29일 “기업이나 기관이 제한된 후보군 안에서 전문성과 소통 능력을 갖춘 여성 사외이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협회로 사외이사 추천 요청 시 추천위원회를 통해 적합한 후보자를 엄선해 추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윤숙 여경협 회장은 여성 사외이사가 늘어나면 “창의적인 조직문화 등 다양성이 확대돼 경영 성과에 도움이 될 것”이고, “여성 이사 선임을 의무화한 유럽이나 미국처럼 기업 내 여성 임원이 확대되는 등 여성의 임원진출과 유리천장을 깨는데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