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정희 (주)신진스틸 대표
20세 때 경리로 철강업계와 인연
어깨 너머로 영업·경영 배워 창업
동시에 육아·대학원·골프 연습까지
“여성이라고 못할 게 없다” 강조

이정희 신진스틸 대표. ⓒ신진스틸

철강산업에 종사하는 여성 인력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철강회사를 창업해 24년째 경영해온 여성 CEO가 있다. 이정희(60) (주)신진스틸 대표. 그는 스무 살 때 경리로 철강업계와 연을 맺은 뒤 서른여섯에 철강 유통업체 ‘신진스틸’을 창업했다. 육아, 대학원 공부, 영업을 위한 골프 연습까지 하느라 새벽 5시에 일어나 다음날 밤 1시에 잠드는 일상이 반복됐다. 하지만 무거운 눈꺼풀도 그의 열정을 막을 순 없었다. 지금도 그는 하루에 거래처 대여섯 군데를 직접 뛰어다니며 영업한다. 이 대표를 만나기 위해 3월30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신진스틸 본사를 찾았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신진스틸 본사 전경. ⓒ여성신문

- 여성으로는 드물게 철강업 CEO에 올랐다. 

“첫 직장으로 철강회사에 다녔다. 경리로 취업했지만, 일 욕심이 많아 어깨 너머로 영업과 경영을 배웠다. 첫 직장에서 6년, 다음 직장에서 11년 총 17년간 철강업체서 회계와 영업, 경영을 도맡았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창업을 해도 잘하겠다’는 말을 들었고 신진스틸을 만들게 됐다.”

- 신진스틸을 소개한다면.

“1995년 탄생한 신진스틸은 철강 원재료를 1차 가공해 납품하는 유통업체다. 두루마리 형태로 돌돌 말린 상태의 원재료(코일)를 현대제철 등 구입처가 원하는 크기로 잘라 납품한다. 자동차와 반도체 등 다양한 업체에 철강을 전달한다.”

- 지난해 코로나19로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을 텐데. 

“2020년 상반기에는 코로나19 타격으로 매출이 떨어졌다. 하지만 하반기에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가 좋아지면서 2019년 동기 대비 1.2% 감소하는 데 그쳤다. 선방한 셈이다. 특히 전기차 생산이 급증하는 등 경제 상황이 변하면서 철강을 다량 유통할 수 있었다.”

신진스틸 내부 모습. 코일이 놓여있다. ⓒ여성신문

- 24년 경영 비결이 있다면. 

“‘신뢰’다. 신용이 재산이다. 고객 간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킨다. 납기가 빠듯해도 무조건 사전에 약속한 시각에 제품을 전달한다. 새벽 3시에 갑자기 전화로 다음날 오전까지 제품을 달라고 해도 성사시켰고, 납기를 맞추기 위해 비행기로 제품을 배송한 적도 있다. 다른 업체는 못 하는 일을 신진스틸은 해왔다. 위급상황에 보여주는 대처능력이 신진스틸의 신용으로 이어지고 이는 거래처 간 관계를 끈끈하게 한다.”

- 사회 공헌에도 힘쓰고 있다. 

"신진스틸은 회사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아 난치병 환자나 신인 화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고등학생 지원에도 힘쓴다. 취미로 그린 그림을 모아 개인전을 열고 판매된 수익을 전액 기부한 적도 있다. 지금까지 사회로부터 받은 것들을 나누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자 한다."

신진스틸 내부 모습이다. ⓒ여성신문

-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어렵지는 않았나.

“창업 당시 딸이 10살이었다. 창업과 육아는 물론 대학원 공부, 영업을 위한 골프 연습까지 하느라 24시간이 모자랐다. 새벽 5시에 일어나 골프 연습을 하고 7시에 집에 돌아와 아이 아침 먹이고 학교 보냈다. 출근해서 오후 5시까지 일하고, 퇴근한 뒤엔 대학원에 다녔다. 얼마나 힘들었겠나.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딸과 신진스틸의 미래를 생각하며 달렸다.”

- 창업을 꿈꾸는 여성 후배들에게 한 마디.

“여성이라고 못할 게 없다. 실력이 있으면 된다. 창업 분야에 관한 지식을 모르고 창업하면 안 된다. 기본 지식 터득부터 영업 스킬 익히기까지 다양한 학습이 필요하다. 남을 배려하고 역지사지의 자세로 다른 기업과 관계를 맺으면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신뢰, 신용이 가장 중요하다.”

 

이정희 신진스틸 대표 약력

1995.06 신진철강 창업
1995.09 ㈜신진스틸 법인 전환
2013.02 중앙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 취득
2019.08 서울대학교 AMP 과정 이수
2020.12 여성신문 주최 ‘상호 존중하는 좋은 경영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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