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입을 권리①]
뇌병변 장애인의 ‘옷 입을 권리’ 찾아야
패션업계도 조금씩 동참
유니클로·베터베이직·삼성물산 하티스트 등

4월20일은 제41회 장애인의 날이다. 여성신문은 장애인들의 경우 옷을 선택하는 기본권마저 제한되고 있는 현실을 짚어보고, '장애인의 입을 권리'를 기획, 4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iStock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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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 내기 좋은 봄이지만, 온종일 휠체어에 앉아 있는 사람에겐 그렇지 못하다. 봄마다 유행하는 트렌치코트도, 기장이 긴 상의도 입기가 어렵다. 허리 부분이 뭉쳐 불편하기 때문이다. 팔이 굽은 채로 마비된 경우 기성복 소매에 팔을 넣기기조차 어렵다. 발 보조기기를 사용하는 경우, 평생 청바지를 입어보지 못하기도 한다. 뇌병변 장애인의 약 72%가 신체 변형이나 운동기능 저하로 스스로 옷을 입고 벗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보건복지부, 2017). 

뇌병변 장애인이라고 멋을 내거나 자신을 표현하고픈 욕구가 없을까. 이들도 학교에 가고 사회생활을 한다. 연애도 결혼도 한다. 문제는 이들의 욕구를 충족해 줄 의류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내가 입고 싶은 옷을 고르거나 시간, 장소, 상황에 맞춰 옷을 선택하는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기성복은 휠체어 바퀴에 걸리는 등 활동하기엔 불편하다.

기성복을 수선해서 입으려고 해도, 옷을 거의 다시 재단하는 수준이라서 일반 수선비의 10배 이상이 든다는 장애인들이 많다. 수선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입고 벗기 쉬운 트레이닝복이나 본인의 체형보다 큰 옷을 고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른바 ‘장애인 의류’가 있긴 하나 디자인 선택권이 없다. 

답답한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고, 장애인의 ‘옷 입을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0년 5월 기준 국내 만 15세 이상 등록장애인은 256만2873명이고, 약 95만명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장애인 정책이 탈시설과 지역사회 자립생활 지원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으므로 장애인의 사회진출 욕구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패션업계도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의류나 캠페인을 선보였다. 2019년 탄생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 ‘하티스트’는 국내 최초 장애인 전용 패션 브랜드다. 장애인 의류를 넘어 모두가 입을 수 있는 패션을 지향하는 ‘모카썸With’,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의류 브랜드 ‘헬로말(Hello-mal)’ 등도 있다. 

한 보조공학사가 한국뇌성마비복지회가 함께하는 '장애인의류리폼지원 캠페인'에 참가한 장애인에게 의류 리폼 관련 안내를 하고 있다. ⓒ유니클로
한 보조공학사가 한국뇌성마비복지회가 함께하는 '장애인의류리폼지원 캠페인'에 참가한 장애인에게 의류 리폼 관련 안내를 하고 있다. ⓒ유니클로

기성복을 뇌병변 장애인의 신체 특성에 맞게 수선해주는 기업도 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는 서울시보조기기센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와 함께 3년째 ‘장애인 의류 리폼 지원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뇌병변·발달장애인을 위한 전문 의류 브랜드 ‘베터베이직(Better Basic)’도 수선 서비스를 제공한다. 

뇌병변 장애인이 ‘옷 입을 권리’를 찾으려면 결국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기업·지자체·정부 차원의 노력이 따라야만 더 빠르게 찾아올 변화다. 

박세영 한국뇌성마비복지회 사무총장은 “여러 장애인 패션의 등장은 상당히 고무적인 변화”라면서도 “여전히 많은 뇌병변 장애인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며, 모든 장애인이 옷을 선택할 권리를 갖기엔 부족하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의복 선택 권리에 관해 좀 더 깊이 생각하고, 기업은 물론 각 지자체나 정부 차원에서도 장애인의 의복 문제에 관한 지원이 논의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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