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베를린자유대 교육학 전공
자원봉사‧교육문제 활동 주력
17개 시‧도 협회 방문하며 결속
‘화합과 경청’, 허명 신임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이하 여협) 회장은 “앞으로는 회원 단체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인재 발탁을 지원하는 등 적극 나서겠다”며 여협의 화합과 결속을 강조했다. 군림하는 리더십이 아닌 회원들이 능력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봉사하는 ‘서번트 리더십(섬기는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뜻이다.
여협은 전국 61개 회원단체, 17개 시·도 여성단체협의회 등 전국 500만 회원으로 구성된 여성단체 연합체다. 허 회장은 가장 먼저 전국 17개 시·도 여협을 방문해 목소리를 듣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위대한 여성, 하나된 여협’이라는 슬로건처럼 여협의 결속력을 다지고 여협의 미래와 비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허 회장은 임기 동안 △여협의 화합과 결속 △취약계층 여성 지원 △회원단체 지원 △ 여협 건물 리모델링 및 안정적 기금 확보 △포럼 개최 및 정책 개발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허 회장은 1975년 독일로 건너가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교육학 학사‧석사학위를 받은 교육 전문가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비상임이사, 자원봉사진흥위원회 위원, 한국여성항공협회 회장, 사단법인 밝은미래 이사장 등으로도 활동했다. 허 회장 가족 중에는 교육자가 많다. 배우자는 한국외대 폴란드어학과를 만든 정병권 전 교수이고, 큰 오빠는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다. 그는 독일에서 국비유학생이던 남편과 만나 결혼한 뒤 정착했다. 80년대 중후반엔 한국에 머물며 88서울 올림픽 통역단장을 맡았고 대일외고에서 독일어 회화 교사로도 일했다. 본격적인 사회운동에 나선 것은 한국으로 돌아온 뒤 송파구자원봉사센터장을 맡으면서다.
“독일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봉사를 접하게 해 자연스럽게 받아드려요. 저는 큰 딸이 고등학교 학생회장을 맡으며 더욱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게 됐어요. 독일에서 접한 봉사활동을 송파구에서 도입했습니다. ‘나눔걷기대회’가 대표적이에요. 석촌호수를 걷고 그 거리만큼 기부금을 적립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기부금은 후원기업과 단체에서 출연하는 방식이에요.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봉사와 연결시키면 아이들이 성취감을 얻고 배려와 존중도 배울 수 있습니다.”
허 회장은 우리사회에서 중요한 덕목으로 배려와 존중을 강조했다. 성별, 계층 간 갈등도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허 회장은 “함께 해야 화합할 수 있다. 투게더니스(togetherness‧상생)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4‧7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서울‧부산 시장에게 당부도 잊지 않았다. 허 회장은 시정을 달리기에 비유하며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처럼 꾸준히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장 임기는 1년가량인데 이 짧은 기간 안에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해서는 안됩니다. 서두르다보면 반드시 실수가 뒤따릅니다. 혼란스럽고 서로에 대한 불신도 심화되고 있어요. 이럴 때일수록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종합해서 시정을 펼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허 회장은 새 시장은 앞으로 성인지 관점으로 시정을 이끌어야 한다면서 “기본은 ‘모럴(moral‧도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비위 문제도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인식 전환을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