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영 /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영국 페미니스트 미디어의 역사도 미국의 그것과 다르지 않는데 19세기 중엽 이후 선거권획득을 위한 팸플릿 시대(제1기 페미니즘), 60년대 말 이후 70년대의 여성해방운동으로 압축되는 제2기 페미니즘, 그리고 90년대 이후 온라인상에 터를 잡은 제3기 페미니즘 시대로 구분된다. 주목할 것은 제2기와 제3기 영국 (미디어) 페미니즘은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90년대 영페미니스트들이 주도한 미국 페미니즘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론과 실천 면에서 로 대변되는 미국 페미니즘이 영국에 미친 영향은 분명하지만 지향점과 정신은 다소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는 남녀평등을 목표삼는 자유주의적 페미니즘을 지향한다면 영국은 오랜 노동계급 문화 전통을 배경으로 맑시즘의 우산하에 사회주의적 페미니즘과 급진적 페미니즘 노선을 지향하는 것이다. 즉 페미니즘 안에서 반자본주의적 실천과 저항을 중시하는 차이가 있다.

글 싣는 순서

·페미니스트 미디어의 역사

·미국 1세대 페미니스트 미디어

·미국 2세대 페미니스트 미디어

·유럽 페미니스트 미디어(영국)

·유럽 페미니스트 미디어(독일·프랑스)

·아시아의 페미니스트 미디어

●Spare Rib

사회적 관행 대항 매진 행진

●Shrew

사회주의 표방…최고 여성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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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Word

젊은 감각 어필…영국 대표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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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iva

성폭력 대응…국제적 무료 웹진

Spare Rib(1972.7∼1993.1)

〈Spare Rib: A Women's Liberation Magazine〉은 영국의 70년대와 그 이후 페미니즘 운동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이슈들을 제기한 저널로 평가받는다. '돼지갈비'라는 메타포가 상징하는 전복성 때문에 창간호를 진열하기를 거부하는 서점도 있을 정도였으나 여성들의 열렬한 호응으로 매진을 기록했고 이후 평균 2만부를 발행하는 월간지로 성장했다.

창간인인 마샤로위(Marsha Rowe)와 로지 보이콧(Rosie Boycott)은 60년대 후반 시민운동, 인권운동, 히피운동, 신좌파의 시대적 흐름을 타고 붐을 이룬 지하언론에서 활동했는데 당시 페미니스트 지하언론은 음악, 성적 개방성, 대항문화가 표방하는 자유주의를 지지하면서 '개인적 표현'을 통해 기존의 도덕과 사회적 관행에 대항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즉 〈Spare Rib〉은 이러한 지하언론의 주요 슬로건들을 계승하면서 반성차별주의, 반소비주의, 자본주의에 대한 문화적 비판, 그리고 대안적 라이프스타일의 제시(예: 공동탁아), 성의 탈규제화를 중요하게 다루었고 자본주의와 가부장주의가 페미니즘 운동을 통해 혁신될 것이라는 낙관주의를 견지했다.

여성해방운동의 주요 모토들을 상업적으로 활용해서 시장을 넓혀나간 여성잡지들을 포함해서 주류미디어가 유포시킨 전통적 여성이미지에 대항하고자 한 〈Spare Rib〉은 일례로 화장품산업이 여성의 외모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면서 영리를 착취한다는 식의 비판을 통해 반자본주의, 반소비주의의 강령들을 실천했다.

그러나 실제에서 Rib은 대안지로서의 역할과 중산층여성 그리고 직업을 가진 젊은 여성을 모두 포괄하는 상업적 여성지 사이를 오가는 다소 모호한 입장을 연출하게 되고 이 때문에 Rib이 페미니즘에 대해 모순적 행태를 보였다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Spare Rib〉이 창간 초기 페미니스트 대안미디어의 입장보다 광범위한 여성에게 읽힐 수 있는 유료 잡지를 지향하면서 저널리즘, 사진, 그래픽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남성전문가들을 고용했고 이 때문에 잡지의 레이아웃이 뉴스레터판 〈코스모폴리탄〉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Spare Rib〉은 기존 언론보다 광고 의존도는 낮았지만 광고물이―주방제품 광고에 등장하는 주부이미지처럼―여성의 스테레오타입을 이미지화했기 때문에 페미니즘 저널이라는 정체성을 훼손하기 일쑤였다.

주변적이고 소수지만 정치적으로 의식화된 페미니스트를 겨냥한다는 목표와는 별도로 편집자들은 비페미니스트도 똑같이 읽을 수 있는 저널이 되기를 희망했고 결과적으로 당시 상업적 여성잡지들을 견인했던 주제들인 가정·미용·패션 그리고 인간관계 등의 〈Spare Rib〉에서도 중시되는 모호함이 빚어진 것이다.

Todd,Selina(2003), “Models and Menstruation : Spare Rib Magazine, Feminism, Feminity and Pleasure, http://www.sussex.ac.uk/Units/SPT/journal/pdf/issue1-5.pdf/archive/pdf/issue1-5.pdf. pp.59-78.

Shrew(런던, 1969∼1979?)

〈Shrew〉는 LWLW산하 여러 지역여성센터 기관지들이 차용한 제호이기 때문에 특정한 폐간시기를 정하기 어렵다.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유래한 '말괄량이'(SHREW)는 영국에서 페미니스트를 지칭하는 말로도 쓰이는데 60년대 런던에서 결성된 여성해방워크숍(London Women's Liberation Workshop)의 월간 뉴스레터를 가리킨다.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지향했으며 매호 워크숍에 소속된 서로 다른 운동단체들이(1969년 4개 그룹에서 70년대말에는 300단체가 가입) 발행주체가 되는 방식을 택했다. 이 때문에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과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하는 등 갈등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만의 공간'에서 다양하며 공격적인, 때로는 내부 비판의 목소리들이 〈Shrew〉를 통해 전달되었다. 1970년 〈Shrew〉의 구독자는 279부였지만 페미니즘의 이상과 행동을 구체적으로 실천한 저널로 이름이 높고 영국 페미니스트 미디어의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Setch, Eve(2002),”The Face of Metropolitan Feminism: The London Women's Liberation Workshop, 1969-1979,” Twentieth Century British History, Vol.13(2), pp.171-190. Shrew가 Spare Rib과 차별되는 점은 Rib이 중앙지/전국지의 수준에서 여성해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Shrew〉는 런던에서 시작해 맨체스터, 브리스톨 등 지역여성단체들이 연합해서 결성한 센터의 기관지로서 해당 지역에서 풀뿌리 여성운동의 전위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이 중에서도 브리스톨(Bristol) 소재 여성센터의 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지역여성운동의 성격을 반영해 '사회주의자가 아니라도 여성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센터이자 뉴스레터를 표방하면서 Rib보다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문제들을 다루었다.

일례로 지역여성들의의 피임활용도와 낙태율을 높이는 연구조사를 실시하고는 피임클리닉의 영업시간 제한이 여성들의 이용도를 낮춘다는 내용의 항의 및 보고서를 공표하는 식이다. Feminist Publication(http://www.bris.ac.uk/Depts/History/Sixties/Feminism/Publication.htm

The F-Word: Contemporary UK Feminism

(2001. 3∼현재, http://www.thefword.org.uk)

〈Spare Rib〉, 〈Shrew〉, 그리고 〈Red Rag〉 같은 70년대에 등장하여 제2기 페미니즘 운동을 지원한 미디어들이 사라진 이후, 70년대 이후에 태어난 영국의 20, 30대 젊은 여성에게 '영국 페미니즘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서로 확인하고 공감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영국 유일의 페미니스트 웹진이다. 창간자이자 편집장인 캐더린 레드펀(C. Redfern)은 올해 25세로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70년대 착용한 티셔츠에 쓰인 'F-Word'를 따라 제호를 정했으며 편집방향은 미국의 제3기 페미니스트 웹진들인 〈Bitch〉 〈Bust〉를 따랐다고 밝혔다.

창간 초기에는 '영 페미니스트를 위한 저널'을 표방했지만 이후 '현대의 영국 페미니즘'을 표방한다고 구호를 바꿨는데, 이는 '영페미니즘'이라는 말이 결국은 20대 초반까지의 여성을 전제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다른 연령층의 많은 여성을 배제하게 된다는 안팎의 논의를 수용해 부제를 바꾸었다. 이는 2000년대 현재 영국에 페미니스트 저널이나 웹진이 부재한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 변화이기도 하다. F-Word는 미국의 영페미니스 웹진들과 마찬가지로 페미니즘을 진지하게 접근하기보다는 페미니즘은 역동적이며 살아 있고 자극적이며 재미있으며 계속 진화 중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젊은 여성에 어필하는 편집을 하고 있다.

스타이넘이 착용한 'F'가 욕(fuck)과 페미니즘을 동시에 표상하는 기호임을 염두에 두면 〈F-Word〉의 편집방향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내용은 기획기사, 여성 뉴스, 비평, 논평으로 구분되는데, 2003년 10월호를 보면 비언어적 몸짓언어(미소, 앉기 등)도 성역할 규범을 따르고 있다든가, 부케, 케이크절단 등의 결혼예식이 페미니즘의 기본 원칙과 어떻게 타협할 수 있는지를 탐문하는 기획기사를 싣고 있다. 비평기사는 잡지, 음악, 서적, 웹사이트를 대상으로 행해지며 논평기사는 F-Word에 게재된 과거기사에 대한 투고 논평을 게재한다. 이런 활약으로 2002년 여성발행인협회에서 주는 '뉴 벤처상'을 수상했고 편집장인 캐더린은 〈가디언〉신문이 선정한 2003년 '올해의 주목할 만한 50인의 여성'으로 선정되었다.

Aviva(1997~현재, http://www.aviv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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