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장수막걸리, 4월부터 500원 이상 인상
“원자재 쌀값 상승으로 인상 불가피”
업계 전반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
소비자들 “안 그래도 힘든데 서민 식음료 값까지 올라”

막걸리 제조업체 서울장수는 15년만에 장수 생막걸리 출고가격을 12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인상된 가격은 다음달 1일 출고되는 제품부터 적용된다. 장수 생막걸리의 경우 편의점 평균 가격 기준 1600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수생막걸리가 판매되고 있다.
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수생막걸리가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제 서민 음식은 없네요.” 서울 강서구에 사는 박모(25)씨는 편의점 막걸리 가격표를 보며 한탄했다. 옆에는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해 4월1일부터 장수막걸리 가격이 인상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술자리, 집에서 혼술을 즐기려 했던 박씨는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장수국내산쌀생막걸리(750ml)’는 판매가 1500원에서 2000원으로, ‘서울장수생막걸리(750ml)’는 1200~1300원(공급가 970원)에서 1600원으로 올랐다. 점포마다 책정 가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400원~500원 올랐다. 5일 기자가 찾은 서울 서대문구 편의점에서도 가격 인상 공지가 보였다. 

5일 서울 서대문구 편의점에 장수막걸리 가격 인상 공지가 붙어 있다.  ⓒ여성신문
5일 서울 서대문구 편의점에 장수막걸리 가격 인상 공지가 붙어 있다. ⓒ여성신문

CU 관계자는 “제조사인 장수막걸리 측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막걸리 값을 부득이하게 올린다고 공문을 보내왔다”며 가격 인상 배경을 밝혔다.

실제 막걸리의 주재료인 쌀 가격은 지난해 30%가량 급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월 기준 쌀 20kg 평균 매가격은 5만9723원으로, 최근 3년 평균값인 4만5968원보다 1만3755원(29.9%) 급등했다.

업계 1위 서울장수막걸리의 가격 인상은 경쟁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다른 업체들도 가격을 인상하는 게 식·음료 업계의 관행이다.

업체 측은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대표적인 서민 식음료인 막걸리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은 불만이 높다.

경기 파주시에 사는 지모(24)씨는 “어떻게 한 번에 1600원~2000원으로 오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 막걸리는 서민들이 마시는 음식인데 이렇게 한 번에 가격이 올라 화가 난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모(29)씨도 “막걸리는 가장 서민적인 음식인데 이 가격을 올렸다는 것은 ‘서민들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닌가”고 비판했다. 

서울 성동구 주민 최모(23)씨는 “‘또 올랐구나’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갈수록 오르는 주류값에 대한 실망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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