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선 넘기]는 기성·가부장 정치의 선을 넘으려는 청년 여성 정치인들의 목소리를 담은 릴레이 칼럼입니다.

4·7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오후 서울 중량구 명목동 울타리에 서울시장 후보들의 선거 벽보가 붙어있다. ⓒ홍수형 기자
지난 3월 25일 서울 중량구 명목동 울타리에 서울시장 후보들의 선거 벽보가 붙어있다. ⓒ홍수형 기자

“여자가 출마를 했어?” “여자 사무총장은 처음인 것 같네.”

36살,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어 지역구를 선거를 출마하고, 낙선 후 더불어시민당의 사무총장이 된 내가 자주 들었던 말이다. 유교적 전통이 강한 대한민국에서 시민들은 상대적으로 ‘어린’나 보다 ‘여성’인 나를 더 어색해 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대법원에 여성이 몇 명 있어야 충분하냐고요. 난 ‘9명 전원’이라고 답합니다. 사람들은 제 대답에 놀라워하죠. 하지만 전원 남성일 때는 아무도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았습니다.” 미국 최초 여성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는 말했다.

2021년 4.7 재보궐선거에서 15명의 서울시장 후보 중 1/3인 5명의 여성 후보가 출마했다. 과거에 비해 많은 여성후보들이 여성과 관련된 메시지와 공약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주요 정책과 이슈로 자리 잡지 못했다. 유권자 머릿속에 기억에 남는 것은 특혜분양, 생태탕, 페라가모 구두이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팬데믹 상황에서 대한민국 서울과 부산의 시장은 방역체계와 백신 접종을 확대하고, 코로나19 이후의 사람 중심의 새로운 도시를 개척해야 하는 시대적 전환의 중대한 사명을 가지고 있다.

특히 갑작스러운 팬데믹 상황에서 개별 가정에서의 아이들을 돌보는 어려움과 양육자의 스트레스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전일제 돌봄 아빠(전업 아빠)를 루저로 바라보는 시선 국가별 정도 1위 (76%)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돌봄은 오롯이 여성의 몫이 되어 버렸다. 무급 돌봄노동의 3/4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의 삶에 코로나로 인한 돌봄 공백이 돌봄 사회화와 공공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자신보다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전통적인 삶이 더 강요됐다.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다가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할 것은 바로 고위직에 여성을 더 많이 중용하는 것이다. 서울시에서 지난 2018년에 발표한 최근 5년간의 5급 이상 관리자 중 여성은 23%에 전국 17개 시도 평균은 15%에 불과하다. 신임 시장은 여성 부시장은 물론 5급 이상의 고위직과 서울시와 부산시 산하의 공기업 등에 여성 인사를 배치해 관료적이고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개혁하고, 여성의 정책결정과정에서 적극적인 참여가 실질적으로 여성과 미래세대들을 위한 정책이 되어야한다.

지난해 프랑스 수도인 파리시의 안 이달고(Anne Hidalgo) 시장은 고위직에 여성을 많이 고용했다는 이유로 1억 2천만 원이 넘는 벌금이 부과되었다. 파리시는 고위직의 경우 어느 한 쪽 성별이 60%이상 고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했으나 재선에 성공한 이달고 시장은 69%의 여성 고위직을 임명하며 이와 같은 말을 했다. “유리천장 깨지니 벌금 내도 기뻐요”

나는 지난 2019년 8월 8일, 딸 아이 돌 잔칫날, 비례대표 국회의원 승계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기쁘다’ ‘감사하다’가 아닌 ‘아이를 어디에 맡길까?’라는 고민이었다. 새벽 5시에 출근해 12시에 퇴근하는 삶 속 에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기도 어려워 남편이 육아휴직을 해 아이를 돌봤다. 나는 운이 좋아 남편이 무급으로 육아휴직을 했지만, 대다수의 가정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국회의원이 되고 1호 법안으로 여성과 남성이 각각 3년씩 육아휴직을 보장받고, 보육기관에 준하는 국가지원금을 받는 법안을 발의했다. 고위직의 여성 진출과 더불어 여성에게만 짊어지는 육아의 편견을 깨기 위해 모두가 책임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절실하다.

“우리 엄마처럼 살기 싫어서..” 비혼주의 친구의 말이 오늘도 귓가에 맴돈다. 82년생 김지영이 그러하듯 우리는 일평생 자신을 제외한 주변인들을 돌보며 살아온 엄마를 보며 자라왔다. 서울과 부산의 새 시장과 함께 오늘부터 우리는, 그리고 우리의 딸들은 9명의 대법관이 어색하지 않는, 자신이 속한 능력에 따른 직책을 마음껏 꿈꾸며 하루하루 살아가길 소망한다. 

정은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은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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