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칸소주 의회, 주지사 거부권 무시하고 법안 표결
이르면 7월 말부터 시행...미 최초 사례
인권단체들 '성 소수자 인권침해' 제소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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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칸소주가 6일(현지시간) 미성년자의 성전환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Pixabay

미국 아칸소주가 미국 최초로 미성년자의 성전환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아칸소주 의회는 6일(이하 현지시간) 미성년자의 성전환을 위한 호르몬 치료와 수술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AP통신,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이 법은 이르면 7월 말부터 시행된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주 의회는 같은 당 소속 애사 허친슨 주지사의 거부권 행사를 무시하고 이날 법안을 재의결했다.

이 법안은 18세 미만 청소년의 성별적합(성전환) 호르몬 치료, ‘이차 성징 차단제(성호르몬 억제제)’ 처방 및 수술을 불허하고, 담당 의사가 다른 의사에게 치료를 의뢰하는 것도 금지한다. 

앞서 5일 허친슨 주지사는 이 법안이 이미 우울증과 자살 위험에 처한 지역사회 구성원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한 소아청소년과 의사, 사회복지사, 트랜스젠더 청소년을 둔 부모의 탄원 등에 따라 법안 거부권을 행사했다. 

보수 성향의 허친슨 주지사는 트랜스 여성의 여성 체육 경기 출전 금지 법안 등에 서명하는 등 그간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안에 찬성한 바 있으나, 이번 미성년자 성전환 금지법의 경우에는 트랜스젠더 당사자와 의사의 의견을 경청한 끝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허친슨 주지사(사진) ⓒAP/뉴시스·여성신문
애사 허친슨 주지사(사진)는 5일 미성년자 성전환 금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AP/뉴시스·여성신문

그는 “이 법안에 서명하면 청소년들의 가장 민감하고도 복잡한 문제를 다루는 의사와 학부모들을 간섭하는 꼴”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5일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또 “법안의 (금지 범위가) 너무 폭넓고 극단적”이라며 “법안이 발효되면 병원에서 호르몬 치료를 받지 못하는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암시장을 찾게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라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주 의회는 이날 하원과 상원 전체 회의를 차례로 열어 법안을 재의결했다. 아칸소주에서는 단순 다수로 거부된 법안을 재의결할 수 있다. 

법안을 발의한 로빈 런스트럼 주 하원의원은 "아이들이 성년이 되면 성전환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18세 미만 청소년은 (성전환 호르몬 치료에 앞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보수단체 '패밀리 카운슬'은 아칸소주 의회가 "역사적인 법안을 제정했다"며 환영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는 법안에 반발했다.  ⓒABS-CBN 뉴스 웹사이트 기사 캡처
성소수자 단체와 인권 단체는 트랜스젠더 청소년의 인권을 침해하는 과잉입법이라고 지적하면서 아칸소주의 법안 제정에 반발했다. ⓒABS-CBN 뉴스 웹사이트 기사 캡처

성소수자·인권 단체는 반발했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은 6일 성명을 내고 "오늘은 아칸소주에 슬픈 날이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며 법 시행 이전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최대 성 소수자 인권단체 '휴먼라이츠 캠페인'도 같은 날 "아칸소주 법안에 맞서 싸우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성년자 성전환 수술과 치료 등이 트랜스젠더의 정신건강을 크게 향상할 수 있는 과정의 일부로써 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소아과학회와 내분비학회는 생물학적 성별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미성년자에게 성호르몬 억제제를 처방하거나 호르몬 치료를 하는 것을 지지해왔다. 

미국 아동·청소년 정신과학회(AACAP)도 성 정체성 때문에 갈등하는 미성년자들이 호르몬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CNN 방송과 BBC 등에 따르면 아칸소주처럼 미성년자의 성전환을 금지하는 법안은 미국 최소 17개 주에서 발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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