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총’ 규제·권총 안정화 보조장치 국가총기법에 등재
군사용 무기·대형 탄약 클립 사적 소지 금지
위험인물 총기 압수하는 ‘적기법’ 법안도 촉구
“매일 미국인 106명이 총에 목숨 잃어...총기 위기에 맞서야”

조 바이든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총기 규제 행정명령을 발표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여성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총기폭력 방지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여성신문

최근 미국 내 총격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총기폭력을 ‘전염병’으로 규정하고 규제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AP통신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총기폭력 방지 연설을 통해 “총기에 의한 폭력은 ‘전염병’이자 국제적인 수치”라며 “이를 제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총기의 위기, 공중보건 위기에 맞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으로 ‘유령총(ghost guns)’ 규제를 중심으로 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유령총은 총기판매 허가를 받은 곳에서 구매하지 않고 직접 부품을 조립해 만드는 사제 총기다. 신원조회 없이 온라인으로 키트와 부품 구매가 가능해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고, 고유 제조 번호가 없어 추적이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 권총을 소총 수준으로 쉽게 개조할 수 있는 안정화 보조 장치를 국가총기법에 따라 등록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규제 방침도 밝혔다. 지난달 22일 콜로라도 볼더의 식료품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에서 용의자가 사용한 것이 권총 안정화 보조 장치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총격사건이 발생한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의 식료품점 '킹 수퍼스'에서 응급차가 이동하고 있다. 이날 볼더 식료품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경찰관을 포함해 여러 명이 사망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총격사건이 발생한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의 식료품점 '킹 수퍼스'에서 응급차가 이동하고 있다. 이날 볼더 식료품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경찰관을 포함해 여러 명이 사망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뉴시스·여성신문

바이든 대통령은 “공격용 무기와 대형 탄창을 민간인이 소지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라며 군사용 무기와 대형 탄약 클립의 사적 소지 금지도 지시했다. 이어 “총기 단속 강화 조치는 총기 소지의 자유를 담은 미국 수정헌법 2조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각 주가 ‘적기법(Red Flag Law)’ 채택을 더 쉽게 하도록 하는 법안 양식도 마련하도록 했다. 적기법에 따르면 경찰이나 가족은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인물로부터 일시적으로 총기를 압수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미국 법무부는 60일 안에 ‘적기법’의 예시를 각 주에 제안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은 행동에 나설 때"라며 미국 의회에 총기 규제 강화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현재 총기 구매자의 신원조회를 강화하는 법안 2개가 지난달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계류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법무부는 30일 이내에 유령총 규제안, 총기 불법거래에 관한 연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총기 감독을 담당하는 연방주류·담배·화기·폭발물단속국(ATF) 신임 국장에 총기규제운동 활동가인 데이비드 치프먼을 공식 지명했다. 치프먼은 ATF에서 25년간 근무한 전문가로 퇴직 후 총기규제운동 단체 기퍼즈에서 활동했다. 

이날 연설장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도 참석했으며, 총기폭력 피해자 가족들이 청중으로 초대됐다. ⓒAP/뉴시스·여성신문
조 바이든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총기폭력 방지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연설장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오른쪽)도 참석했다. ⓒAP/뉴시스·여성신문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애틀랜타에서 한국계 등 여성 8명이 희생된 총기난사 사건 등에 언급하며 “미국에선 매일 106명이 총에 맞아 목숨을 잃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살상능력이 큰 반자동 라이플 등 '공격용 총기' 제조판매 금지와 총기제작회사에 대한 법적 보호 철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기 제조사를 "미국에서 피소될 수 없는 10억 달러 규모의 유일한 산업"이라며 "담배 제조사가 그런 면제를 받았다면 얼마나 달랐을지 상상해보라"고 했다.

이날 백악관은 “총기폭력 규제 방안은 공동체의 유혈 참사를 억제하기 위한 바이든 정부의 첫 조치”라며 “미국 의회가 더 적극적인 조처를 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부터 1993년 브래디 총기규제법 통과에 핵심 역할을 하는 등 총기 규제를 옹호해왔다. 대선 후보 시절 당시에는 총기 구매자의 신원조회 강화를 포함해 온라인 판매 금지, 고성능 총기 판매 금지 등을 공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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