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선 칼럼] 미래를 부르는 힘 15.1%
[김효선 칼럼] 미래를 부르는 힘 15.1%
  • 김효선 발행인
  • 승인 2021.04.13 11:41
  • 수정 2021-04-16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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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사회를 향한 담대한 전진’을 시작하자
4·7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오후 서울 중량구 명목동 울타리에 서울시장 후보들의 선거 벽보가 붙어있다. ⓒ홍수형 기자
4·7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3월 25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 울타리에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선거 벽보를 붙이고 있다.   ⓒ홍수형 기자

4.7 재보궐선거 다음 날인 4월8일 여성신문이 주최한 선거 평가 토론회에서 진행을 맡았다. ‘4.7보궐선거 무엇을 남겼나?’를 정리하기 위함이었고 어떤 과정을 겪었든 이번 선거 이후는 ‘성평등사회를 향한 담대한 전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토론회 제목으로 달았다. 오바마 미대통령이 사용한 어휘인 ‘담대한’에는 미래지향·통합·긍정적 성취의 의미가 담겨 있있다. (△관련 기사 정책‧미래‧젠더 없는 '3無' 선거… 성평등 사회 향해 담대한 전진 시작해야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310&aid=0000086196)

젠더· 미래·정책 없는 3無 선거

선거분위가 시작될 때 여성신문은 ‘여성시장론’을 주장했다. 이번 선거가 전직 시장들의 성추행에 따른 책임이 정치의 유리천장의 파괴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거대 양당의 정치공학에 밀려 선거 직전에는 ‘젠더 이슈 실종’이라는 평가를 내릴 만한 상황이 됐다. 성평등 정책을 물론이고 정책 자체를 논의하는 게 무의미해졌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젠더·정책·미래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를 ‘3무(無)선거’라 평가했다. 여성 광역단체장이 전무한 정치현실에서 성추행이 원인이 된 이번 선거에서 여성시장이 배출돼야 한다는 여성시장론은 까마득한 옛이야기나 꿈같은 소리 정도가 돼 버렸다. 안타깝지만 또 여성광역단체장 한명도 없는 시간을 한동안 보내야 한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이 확실시된 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오세훈 시장의 여행 시즌2

예상을 넘어 압도적인 승리로 국민의힘 출신 오세훈 시장이 10년 만에 재등판에 성공했다. 취임 직후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 복귀 논의를 시작한 행보는 긍정적이다. 전임 시장 흔적 지우기에 나서는 정치 관행을 속에서 박 전 시장의 성평등 정책의 성과마저 축소될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있다. 오 시장은 ‘여성이 행복한 서울(여행)’이라는 브랜드 정책으로 유엔공공행정대상까지 받았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 중 오 시장은 뚜렷한 여성 공약 없이 ‘여행 시즌2’를 내걸었다. 여행 시즌2의 구체안을 조속히 마련해서 여성계의 우려를 잠재우고 서울 시정의 성평등지수를 한 단계 높이기를 바란다. 

(시계방향으로)기본소득당 신지혜·여성의당 김진아·진보당 송명숙·무소속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기본소득당 신지혜·여성의당 김진아·진보당 송명숙·무소속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시계방향으로).

20대 남성 유권자 선택은 여당 심판

이번 선거에서 20대 남자들이 대거 국민의 힘을 선택한 점에 관심이 쏠렸다. 인생주기에서 가장 진보적인 시기인 20대 남성들의 보수적 결정을 우려하며 그 원인을 더불어민주당의 페미니스트 정책에서 찾는 진단도 적지 않다. 개인의 생각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지만 사실에 기반한 판단을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선언을 한 건 사실이고, 여성의 발전에 기여한 것 또한 사실이지만, 그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경제활동참가율, 성별임금격차, 유리천장지수, 정치참여율… 전반적으로 성차별 통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성 격차 지수 역시 세계 156개국 중 102위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현실에서 20대 유권자의 민주당 이탈의 원인을 페미니즘과 연결시키는 건 사실무근하고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미래를 부르는 힘 15.1%

20대 이하의 여성 유권자 중 15.1%는 거대 양당이 아닌 새로운 선택에 표를 던졌다. 20대 남성들이 여당 심판을 국민의힘 선택으로 표현한 것과 비교된다. 새로운 정치문화를 갈망하는 젊은 여성들의 표심이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했다 해석할 수 있다. 득표율은 낮아도 20대 여성들이 자신들이 체감하는 젠더 이슈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창의적인 정치해법을 찾아 제3지대로 옮겨갔다. 15.1%는 득표율은 낮아도 미래를 부르는 힘이라고 할 만 하다. 이들의 성장과 함께 한국사회는 근본적인 가치 전환을 이룰 것이다.

15명의 후보 중에는 페미니즘 이슈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여성 후보 4명도 포함돼 있었다. 신지혜, 김진아, 송명숙, 신지예 후보 모두 선명한 페미니즘을 밝혔다. 소수정당이거나 무소속의 불리함을 무릅쓰고 페미니즘 이슈를 내걸고 총합 1.78% 득표율을 보였다. 정말 작은 수치이지만 돈도 조직도 취약한 이들의 현실을 감안하면 열 배 이상의 의미가 있다. 무상생리대 공급, 미프진 도입, 당신의 자리가 있는 서울 등의 신선하거나 낯선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바람에 출렁이던 풍경은 지금까지 어떤 선거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의 문제를 정치의제화 해내는 놀라운 진취성에 박수를 보낸다.

20대 여성 유권자가 만든 15.1%, 여성 후보가 만든 1.78%가 확장세를 갖게 되길 기대한다. 젊은 여성들이 거대 양당구조 틈새에서 만들어낸 제3지대는 이번 4‧7선거의 빛나는 성과다.

이제 ‘성평등사회를 향한 담대한 전진’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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