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1년부터 방사성 물질 오염수 125만톤 배출키로
한·중 외교부 “주변국과 협의해야...안전·환경 우려 심각”
환경단체들 “‘핵 테러’ 결정 철회하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3일 각료회의 후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물질 오염수의 "해상 방류가 현실적"이라며 오염수를 희석하는 설비공사와 규제 대응을 거쳐 2년 뒤 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월 13일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3일 각료회의 후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물질 오염수의 "해상 방류가 현실적"이라며 오염수를 희석하는 설비공사와 규제 대응을 거쳐 2년 뒤 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월 13일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 이후 발생한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했다. 탈핵·환경단체와 한국·중국 정부 등 국제사회는 강력히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교도통신과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3일 오전 7시45분부터 관계 각료회의를 열고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약 125만톤의 처리 방법을 ‘해양 방류’로 공식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 농도를 법정 기준치 이하로 낮춘 뒤, 2041~2051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방류는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심사·승인 등의 절차와 설비 건설 등에 시간이 걸려 2년 뒤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12일 중의원 결산행정감시위원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처분 방법과 관련해 “언제까지나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작업을 지연시키지 않기 위해 근일 중 처리 방침을 결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폭발 사고로 가동이 중단돼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핵연료 냉각수 및 원전 건물에 스며든 지하수와 빗물 등으로 오염수가 계속 늘고 있다. 지금까지 제1원전에 있는 약 1000개 탱크에 오염수를 저장하고 있었으나 내년 여름이면 저장탱크가 수용 한계치를 넘어서 방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설명이다.

일본 정부는 자국의 안전 기준을 강화해 인체에 무해한 수준까지 희석해 순차적으로 방류하겠다고 했지만, 오염수를 정화 처리해도 일부 방사성 물질은 걸러지지 않아 우려가 나온다. 

우리 외교부는 12일 논평을 내고 “정부는 이번 결정이 향후 우리 국민의 안전과 주변 환경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충분한 협의 없이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결정하게 된다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10일 “일본 원전 사고로 방사성물질이 유출돼 이미 해양 환경과 식품 안전, 인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적시에 정확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공개해야 하며, 주변국과 충분한 협의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12일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 원전 신축 수조 상단에서 작업자 1명이 일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된 처리수를 해양 또는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데 찬성하는 일본 국민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요미우리 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나타났다. 2020.3.10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2월12일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 원전 신축 수조 상단에서 작업자 1명이 일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일본 어민 등 현지 주민과 시민단체 등 일본 내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4월부터 후쿠시마 관계자, 관련 단체 등을 상대로 오염수 처리 방안에 대해 7차례 이상 진행한 의견 수렴에선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 일본 정부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퍼블릭 코멘트’라는 의견 공모에서도 약 70%가 바다 방류에 반대했다. 

유엔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인권과 건강권’ 등을 관할하는 유엔 특별보고관 5명은 지난달 11일 성명을 내고 “후쿠시마 오염수는 환경과 인권에 중대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며 “오염수의 태평양 방류는 수용 가능한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핵 테러'로 규정하고 오염수 방류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환경운동연합 등 국내 31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탈핵시민행동은 13일 성명을 내고 “지난 10년 동안 주변국이 반대해온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독단적으로 강행하려는 행태에 분노한다”며 “일본 정부의 결정을 '핵 테러'로 규정하고 방류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또 일본 시민단체인 ‘원자력 규제를 감시하는 시민 모임’과 국제환경운동 단체 ‘에프오이저팬(FoE Japan)’ 등을 포함해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24개국 311개 단체가 해양 방출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사무총장도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방사성 오염수를 의도적으로 태평양에 쏟아붓는 일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끔찍한 일”이라며 “방류 결정은 유엔해양법협약에 규정되어 있는 일본의 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그린피스는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대적인 방사능 오염물질 제거에도 작업이 완료된 면적은 15%에 불과하다”며 “오염이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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