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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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장애에 대한 편견을 타파하고 몸에 대한 시각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책 7권을 소개합니다. 퀴어 장애인의 에세이, 장애가 배제된 서사 비평, 난민·정신장애인·노숙인과 동물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소수자와 연대 등 다양한 쟁점을 다룹니다. 출간 1년 이내 신간으로 제한했습니다.

모두가 해방되지 않으면, 아무도 해방될 수 없다

일라이 클레어 『망명과 자긍심』

ⓒ현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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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에서 퀴어 페미니즘 장애학의 중요한 저서로 꼽히는 일라이 클레어의 책이다. 그는 노동계급 마을 출신의 선천적 뇌병변 장애인이자 친족 성폭력 생존자다.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나 젠더퀴어 정체성을 지닌 소수자로서 살아왔다. 저자는 수많은 소수자성이 교차하는 자신의 몸을 치열하게 성찰하며, 단일 쟁점에 매몰되지 않는 ‘다중 쟁점 정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집으로서의 몸. 하지만 몸은 몸들이 도둑맞고, 거짓과 독을 주입받고, 우리로부터 억지로 떼어내질 수 있다는 것이 이해될 때에만 집일 수 있다.” 

일라이 클레어/전혜은·제이 옮김/현실문화/1만6000원

 

인간의 몸은 과학기술과 어떻게 만나야 할까

김초엽·김원영 『사이보그가 되다』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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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와 김원영 작가는 보청기와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왔다. 이 기계들은 손상된 몸을 보조하는 도구일 뿐일까? 아니면 몸의 일부일까? 두 작가는 오늘날 과학과 기술이 다양한 신체와 감각을 지닌 개인들의 구체적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발전해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기술과 인간의 관계가 얼마나 긴밀하고 복잡하며 계속해서 변화하는지를 탐구한다. 이를 통해 ‘장애인을 위한 따뜻한 기술’이 아닌, 몸과 기술과 사회의 재설계 필요성을 제안한다. 이들이 상상하는 미래는 위계와 정상성 규범을 넘어선 환대의 미래다. 

김초엽·김원영/사계절/1만7800원

 

휠체어 탄 공주를 상상해본 적 없는 당신에게

어맨다 레덕 『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을유문화사
ⓒ을유문화사

동화 속 공주는 대부분 우아하고 아름답다. 또, 그들에겐 장애가 없다. 그림 형제와 안데르센의 고전 동화부터 디즈니 만화 영화와 ‘캡틴 마블’ 등 슈퍼히어로 영화, ‘왕좌의 게임’ 같은 최신 드라마까지, 유구한 역사 속 무수한 이야기에 투영된 장애 관련 편견을 날카롭게 돌아보는 비평서다. 저자는 특히 다양한 이야기의 원형이 되는 동화에서 장애가 인물의 결함이나 악당의 특성으로 그려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뇌성마비 장애인인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장애인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차별과 소외의 고리를 끊고 서로 다른 몸이 공존하는 세상을 위한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어맨다 레덕/김소정 옮김/을유문화사/1만6000원

 

어느 농인 페미니스트 유튜버가 소통하는 법

김하정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읽어요』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읽어요』 ⓒ아르테
ⓒ아르테

2019년 양성평등문화상 신진여성문화인상을 받은 농인 유튜버이자 페미니스트 하개월(본명 김하정)이 펴낸 에세이다. 직장인으로서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외모 및 능력에 대한 이중 잣대, 장애인으로서 마주하는 성범죄 위협, 무의식적인 차별 등을 고백했다.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읽어요’라는 제목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겼다. 입모양을 읽고 소통하는 저자의 대화법이자, 소수자들의 작은 목소리조차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다. 

김하정/아르테/1만2000원

 

가족·집·보호소...‘시설사회’를 말하다

장애여성공감 엮음 『시설사회: 시설화된 장소, 저항하는 몸들』

ⓒ와온
ⓒ와온

‘시설사회’란 시설을 통해 시설 밖을 정상으로 만들고 권력을 유지·강화하는 사회다. 책을 엮은 장애여성공감은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노숙인, 난민, HIV 감염인, 정신장애인, 비혼모, 탈가정 청소년 등 여러 소수자 집단의 활동가 및 연구자들과 지속해서 교류하며 ‘시설’이라는 폭력에 맞서는 해방의 방법을 모색해왔다. 장애인 해방 담론과 정치뿐만 아니라 페미니즘, 퀴어 이론, 반차별 담론, 반자본주의적 기획과 연결되려는 노력을 담았다. 

장애여성공감 엮음/와온/1만6000원

 

장애운동과 동물운동이 함께 가야 할 이유

수나우라 테일러 『짐을 끄는 짐승들』

ⓒ오월의봄
ⓒ오월의봄

장애운동과 동물운동.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작가이자 예술가, 장애운동가이자 동물운동가인 수나우라 테일러는 장애인과 동물 모두 ‘오랫동안 짐짝 취급된 존재들’로 억압돼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선천성 관절굽음증을 지닌 장애인으로서 작가는 비장애중심주의를 강력히 비판하지만, 동시에 비판의 ‘인간 편향성’을 넘어서 동물이 겪는 억압과 폭력으로 확장한다. 자립, 생산성, 효율성, 정상성 등 비장애중심주의가 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나우라 테일러/이마즈 유리 옮김/오월의봄/2만2000원

 

‘장애는 유전자 탓?’ 합리성의 탈을 쓴 폭력을 고발하다

앤 커, 톰 셰익스피어 『장애와 유전자 정치』

ⓒ그린비
ⓒ그린비

장애인에 대한 우생학적 횡포는 나치와 같은 과거의 일로 여겨진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 책은 우생학이 첨단 유전 기술과 ‘개인의 선택’이라는 이념과 만나 더욱 세련되고 암묵적인 시스템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고 폭로한다. 유전질환에 대한 치료법이 없음에도 사전 판별을 권유하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맞춤 아기’ 등 더 나은 ‘종’을 위한 기술은 장애인을 어떤 사회적 위치에 놓을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담았다. 그린비 출판사의 장애학 시리즈 12번째 책.

앤 커·톰 셰익스피어/김도현 옮김/그린비/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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