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자 6인
김멜라·김지연·박서련·서이제·전하영·한정현 작가
‘내가 사랑한 여성 작가’를 말하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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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여성 작가 6인이 ‘내가 좋아하는 여성 작가’를 소개합니다. 김멜라, 김지연, 박서련, 서이제, 전하영, 한정현(가나다순) 작가가 참여했습니다. 

전하영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Heeseung Chung·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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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여성 작가: 아녜스 바르다

2001년 어느 극장에서, 영화제 참석을 위해 내한한 아녜스 바르다 감독을 먼발치에서 보았습니다. 만으로 스무 살이었던 저의 꿈이 ‘할머니 영화감독’이 되는 순간이었죠. 할머니 영화감독이 된다는 것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그때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사진, 영화, 미술 등 여러 형태의 예술을 유연하게 오가며, 대체할 수 없는 풍부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창조한 아녜스 바르다의 삶을 앞으로도 종종 떠올릴 것 같습니다.

“저는 사물들의 형태를 감상하는 걸 좋아해요. 제 자신의 형태도 포함해서요.

주름, 힘줄, 정맥, 아름다운 모습들이죠. 나무를 바라보는 것과 같아요.

오래된 나무를 보면 그 모양새가, 형태가 대단하잖아요.”

(아녜스 바르다, 『아녜스 바르다의 말』, 오세인 옮김, 마음산책, 2020, p.348)

 

김멜라 ('나뭇잎이 마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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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여성 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캐롤’과 ‘리플리’라는 전대미문의 매혹적인 인물을 만들어낸 창조자입니다.

서스펜스 작법서를 펴낸 서사의 달인이면서, 단편 모음집으로 소설 미학의 정점에 이른 듯한 묘사와 성찰을 펼쳐낸 모던한 고전주의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특유의 은밀한 발걸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읽는 내내 머뭇거리고 배회하게 만들다 마침내 형용하기 힘든 기이한 감정으로 독자를 데려다 놓는, 소설이란 세계의 짓궂은 안내자입니다.

“자갈밭을 밟는 어지러운 발소리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검은 집」,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민승남 옮김, 민음사, 2005)

 

김지연 ('사랑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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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여성 작가: 유디트 헤르만

유디트 헤르만은 레이먼드 카버의 책이 독일에서 출간될 때 서문을 썼다고 합니다. “보여지고 이름 붙여질 수 있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고, 불투명한 것, 말해질 수 없는 것, 언어의 용해제로도 도저히 풀릴 수 없는 것을 얘기한다.” 내게는 유디트 헤르만의 소설이 꼭 그러했고 그 때문에 더 오래 들여다보고 싶은 작가입니다.

“한 번 더 수영하러 가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담장 앞. 성문 앞. 작은 나무다리 난간 쪽으로, 풀들이 멋대로 자라난 정원 쪽으로. 한 손에 샌들을 들고, 옷을 벗고 혼자 호숫가에서, 옷을 완전히 다 벗고 조심스럽게 미끄러운 돌 위에서 휘청거리며 물속으로 들어갔을 때, 알리스는 콘라트가 자신을 집으로 초대했을 때 그가 호수에 대해 했던 얘기를 떠올렸다. 호수 물은 언제나 얼음처럼 차갑지. 그걸 견디고 물로 들어가야 해. 그래도 너는 물에 들어가게 될 거야. 그리고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거야. 넌 결코 후회하지 않을 거야. 콘라트는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리고 그 말은 다른 모든 것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까? 알리스는 바닥에서 발을 떼고 물속에서 몸을 편 다음 헤엄쳐 나가기 시작했다.”

(유디트 헤르만, 『알리스』, 이용숙 옮김, 민음사, 2011)

 

박서련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돌배·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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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여성 작가: 김애란

2007년 『문학동네』 여름호 좌담에서 선생님이 “사랑스러워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때부터였어요.

“나는 나의 첫사랑, 나는 내가 읽지 않은 필독도서, 나는 나의 죄인 적 없으나 벌이 된 사람이다.”

(김애란, 「영원한 화자」, 『달려라 아비』, 창비, 2005)

 

서이제 ('0%를 향하여')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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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여성 작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세상의 온갖 부조리와 위험으로부터 ‘나’를 수호하는 독창적인 문체와 강력한 언어에 완전히 반했습니다. 그 언어 속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 있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기에 반드시 나를 더 나은 세상에 데려다 놓겠다는 강한 의지.

“나는 내가 선언하는 하나의 나이다. 내가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무를 이야기한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죽음으로만 나는 확장되고 와해될 것이며, 그때 누군가가 애정을 담아 내 이름을 말하게 되리라.

내 가엾은 이름을 향해서 나는 간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그곳으로 나는 간다」, 『달걀과 닭』, 배수아 옮김, 봄날의책, 2019,  pp.294~295)

 

한정현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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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여성 작가: 배수아, 카슨 매컬러스

배수아 작품 속 인물들을 보면서 나와 같은 타인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로 위로와 안도를 느꼈던 유년 시절을 보냈어요. 어린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준, 자신 안의 외로움을 가장 가깝게 응시하는 작가라고 생각해요. 카슨 매컬러스는 사랑의, 사람의, 존재의 어떤 유일함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 작가입니다.

“인생은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스스로를 표현한다”

(배수아, 『독학자』, 열림원, 2004)

“있잖소, 나는 마치 두 사람인 것 같다오.” “당신만이 오로지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야.”

(카슨 매컬러스,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서숙 옮김, 시공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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