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정책연구원, 18일 연구 결과 발표
초중고생 0.2% 디지털 성폭력 경험…실제론 더 많을 가능성
초등학교에선 남성의 디지털 성폭력 경험이 더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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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폭력 경험에 있어서 초등학생의 피해·가해 경험이 중학생, 고등학생보다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Pixabay

디지털 성폭력을 경험하는 시기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고, 심지어 초등학생의 피해·가해 경험이 중학생, 고등학생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김애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원이 작성한 ‘디지털 성폭력 예방을 위한 청소년 인식·문화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성폭력 경험에 있어서 초등학생의 피해·가해 경험이 중학생, 고등학생보다 많았다. 

이는 2020년 교육청이 전국 17개 지방교육청 소속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폭력실태조사'에서 디지털 성폭력 문항을 분석한 것이다. 데이터 클리닝 작업을 진행해 유효케이스 총 294만382명 중 디지털 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 6576명의 답변 내용을 살펴봤다. 이 중 여학생은 3974명, 남학생은 2602명이다. 

2019년 2학기부터 응답 시점인 2020년 9~10월까지 디지털 성폭력 피해·가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6576명 중 초등학생이 3422명(0.3%)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중학생은 2177명(0.2%), 고등학생은 977명(0.1%)으로 연령이 어릴수록 가해·피해를 경험한 학생이 더 많고 비중이 크다. 

초등학교만 놓고 보면 디지털 성폭력 경험은 남성(1837명)이 여성(1585명)보다 많았다. 반면 중학교에서는 여성(1626명)이 남성(551명)의 3배, 고등학교의 경우 여성(763명)이 남성(214명)의 3.6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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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폭력 경험이 있는 학생 가운데 ‘내가 원하지 않았는데 성적인 영상을 받은 적이 있다’는 문항에 여성은 40.6%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남성은 17.1%에 그쳤다. ⓒ교육부

실제로 피해와 관련된 문항에서는 여성의 응답 비율이 남성을 압도했다. 디지털 성폭력 경험이 있는 학생 가운데 ‘내가 원하지 않았는데 성적인 영상을 받은 적이 있다’는 문항에 여성은 40.6%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남성은 17.1%에 그쳤다. 

'내 몸을 찍자고 하거나 찍어서 보내 달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는 문항에는 여성 39.0%가, 남성의 9.6%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김 부연구원은 “성적인 사진·영상을 원하지 않는데 보낸다거나 요구하는 행위는 매우 일반적인 형태의 피해”라며 “해당 경험이 더 심각한 디지털 성범죄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 경험에 대한 대응 방안을 우선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체 학생 중 디지털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변한 비중은 0.2%에 그쳤다. 그러나 디지털 성폭력 조사 문항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문항 수도 적어 실제로 디지털 성폭력을 경험한 학생은 조사 결과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해당 조사에서 디지털 성폭력 문항은 '어떤 유형의 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는지'와 '어떤 유형의 디지털 성폭력 가해 경험이 있는지'에 그쳤다. 

김 부연구원은 “청소년 디지털 성폭력 현황을 파악하기엔 문항 수가 매우 부족하다”며 “디지털 성폭력 피해·가해 경험 학생 수는 실제로 더욱더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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