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각시의 소풍] ⑤

마을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대흥초등학교. 백 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지만 학생 수는 50명으로 소박하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대흥초등학교. 백 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지만 학생 수는 50명으로 소박하다.

우리 마을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대흥초등학교.

백 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학교이지만 학생 수는 50명.

백 년 전 울 아버지 다닐 때는 몇 백 명이었다는데 내가 마을 일을 시작할 때 2011년에는 전교생이 열일곱 명, 그때는 학교가 폐쇄될까봐 마을 분들 걱정이 많았다.

한 해는 졸업생이 딱 한 명이었는데 그 친구가 열 여섯 개 쯤 되는 상을 혼자 다 받아 상품을 트럭으로 싣고 갔다는 소문… 농촌 공동화로 동네에 아이들이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대흥초 교육환경이 좋다고 소문이 나면서 예산 읍내에서도 아이를 이곳으로 보내는 경우가 늘면서 해마다 학생 수가 늘고 있다. 이제는 통학버스도 생겨 오히려 정원이 초과될 정도.

선생님들 훌륭하시고 무엇보다도 자연 속에서 티 없고 건강하게 자라는 사랑스런 어린이들.

내가 지나가면 운동장에서건 어디서건 모두들 합창하듯이 “풀각시 선생님~~~~” 하고 불러댄다. 내가 마을일을 하면서 새로운 체험 아이템이 생기면 먼저 대흥초 아이들과 해보곤 해서 아이들이 나의 닉네임을 알고 불러 주는 것이다.

아이 하나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정말 맞는 말이다.

대흥초는 울타리도 없고 마을 한가운데 있는지라 공부하는 모습을 마을 분들이 오며가며 다 볼 수 있다. 어린이들 역시 마을 어르신들과 눈 마주치며 자라고 있는 것이다.

“어? 오늘 무슨 날인가? 모두 운동장에 나와 있네.”

궁금한 내가 그냥 지나칠 수 없지.

“뭔 날이에요?”

선생님들과도 다 친숙하여 허물없이 지낸다. 아하, 인성교육시간이라고 한다.

운동장에서 그룹별로 모여 나와의 약속을 다짐하고, 부모님에게 하고 싶은 말도 적어본다.

그런데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 1위가 ‘엄마 아빠 싸우지 마세요’이다.

인성교육 수업이 끝나고 ‘우리의 다짐’을 널리 알리기 위하여 다짐을 적은 피켓을 들고 마을을 한 바퀴 돈다. 농협으로 해서 슬로시티 방문자센터, 면사무소, 마을 골목골목...

대흥농협에 근무하는 미영씨 둘째아들 개구진 형준이가 팻말을 들었다. 미영 씨는 예산읍내 살면서도 읍내 큰 학교에 보내지 않고 이곳에 입학시켰다.

그런데 2년 전인가... 엄마가 예산읍내 농협으로 발령이 났을 때 대흥초 학생 수 하나 줄게 생겼다고 온 동네가 걱정했다.

“형준이 읍내 학교로 전학가겠네…”

그런데 엄마가 형준이에게 물었단다.

“형준아, 엄마가 이제 너룰 데리고 출근할 수 없게 되었는데 너 예산으로 전학 갈래?”

그런데 형준이는 ‘전학가지 않겠다’고 했단다. 그래서 미영 씨가 다시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주민들이 미영 씨 다시 대흥농협으로 오게 해달라고 탄원서 내서) 한참을 혼자 택시 타고 통학을 했다. 세월이 참 빨라 1학년 개구쟁이가 벌써 4학년이 되어 키도 훌쩍 크고…

온동네 귀염둥이다. 아이들을 따라 나도 신나서 동네를 한 바퀴 돈다.

아이들은 정말 이렇게 커야 한다.

40년 동안 사회생활 한 경험으로 보아 자연을 사랑하고 친구 되어 놀 줄 아는 사람이 경쟁력이 있다. 이건 확실하다.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자연과 친해지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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