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련 변호사 “촌스러운 인신공격 시달려…이제 삶에 집중”
김재련 변호사 “촌스러운 인신공격 시달려…이제 삶에 집중”
  • 신준철·진혜민 기자
  • 승인 2021.05.01 06:53
  • 수정 2021-05-11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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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 대리
19년간 법률 대리인으로 폭력 피해자 구조
‘웰디보싱’ 이혼 전문 변호사로도 활동

김재련(49)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고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을 법률 대리하며 19년간 쉼 없이 달려왔다. 기자회견에서 비춰진 엄격하고 무표정한 모습과는 달리 김 변호사는 웃음이 많고 밝은 사람이었다. 이제는 자신의 시간을 만끽하며 자유인으로 살고 싶다는 그를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재련 변호사 ⓒ홍수형 기자
김재련 변호사 ⓒ홍수형 기자

 

박원순 성폭력 피해자 사건촌스러운 인신공격으로 이어져

47보궐선거 이후 박원순 성폭력 피해자 사건이 일단락 된 느낌이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세요. 공격도 많았지만 사실 관계 정리가 잘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에는 피해자가 일터로 복귀하는 논의가 이루어졌어요. 이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어요. 피해자 개인뿐 아니라 위력성폭력 피해자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게 됐어요.”

김 변호사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바라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피해자의 안전 지키는 일이에요. 신줏단지 모시듯 해달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고 다시 직장 돌아가지 못한 사례 많아요. 조직 내 낙인이 원인이죠. 나쁜 선례 쌓이면 과연 누가 목소리 낼 수 있을까요. 피해자가 안전하게 업무에 복귀하고 직원 동료들의 지지를 받으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력 성폭력 피해자들이 용기 낼 수 있을 듯해요. 이러한 믿음이 있어야 더 빨리 용기 내서 피해를 드러낼 수 있거든요.”

김 변호사는 사건을 맡으면서, 온갖 조롱과 비아냥은 물론 협박에도 시달렸다. “저보다 힘든 피해자가 있어서 힘들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피해자와 저의 울타리 역할을 해준 시민단체 선생님들이 계셔서 그 힘으로 견뎌냈어요. 무엇보다 피해자가 자신을 대리해주는 변호사에게 전폭적으로 신뢰와 믿음을 줬어요. 그래서 부당한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공식 기자회견 자리에서 김재련 변호사의 노랑 탈색 머리가 화제가 됐다. 사건의 본질이 아닌 노랑머리김재련을 공격했다. “무슨 머리를 하던 개인의 자유죠. 제가 염색하는데 돈을 내준 것도 아니잖아요?(웃음) 타인의 외모나 신체조건을 비하하고 공격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수준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촌스럽죠. 박 시장 지지자라면 인권감수성이 높아야 하는데 노란 대가리라고 하더라고요. 욕은 기본이에요. 외모비하는 입에 담기도 어려운 수준이에요. 스스로 멈추기 어렵기 때문에 주변에서 잘못됐다고 조언해주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김재련 변호사 ⓒ홍수형 기자
김재련 변호사 뒤에 걸린 작품은 김영미 작가의 '심상'이다ⓒ홍수형 기자

 

성폭력 사건을 맡는 기준은 의뢰인의 의지

성폭력 피해자가 절대 자책할 필요 없어

그가 맡은 수많은 성폭력 사건 중 기억에 남는 일을 꼽아 달라고 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사건들이 있죠. 미성년자가 모텔에서 성폭행 당한 사건에서 업주에게 손해배상 소송 해 판결인용 확정됐어요. 실제 청소년들의 피해 장소 중 모텔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요. 업주가 출입을 잘 체크한다면 성폭력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죠. 투숙비를 벌기 위해 몇 천 만원의 배상을 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경각심이 컸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지난해 확정된 태권도 미투 사건은 피해자들이 아주 어렸을 때 사범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지만 공소시효가 문제였어요. 그래서 고소가 어려웠는데 피해자들은 성인이 됐지만 유년기 성폭력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이 명확했죠. 단순 성폭력이 아닌 성폭력 치상으로 공소시효를 연장해 기소했고 가해자는 8년 실형 선고받았어요. 기존 법 판례로 비춰봤을 때 어려운 사건이지만 피해자와 함께 해보자는 마음으로 진행하다 명확한 판례를 구축하면 대리인으로서 값진 경험을 하죠.”

김재련 변호사는 성폭력 사건을 맡는 기준은 없다고 한다. 한 가지를 꼽는다면 의뢰인의 의지다. “폭력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단둘이 있는 상황 속에서 발생한 피해를 진술하는 것은 객관·물리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요. 그렇다고 피해자를 돌려보내게 되면 그 피해자가 입은 피해는 어디에서 인정받을까요. 피해자가 피해를 이야기하면서 정황들이 있고 의지가 명확하다면 대리해요. 변호사로서 제 소임이죠. 실제로 지원할 때 피해자 스스로 오래전 일이라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아는 상태에서 상담을 와요. 심지어는 패소했는데도 법정에서 피해자가 증언하고 판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줬다는 이유만으로 치유 받았다고 얘기하신 분도 있었어요. 저는 도움을 요청받으면 변호사로서 열심히 대리하는 것이죠.”

김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절대 자책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성폭력·성희롱을 미리 막는 것은 어려워요. 원치 않는 상황에서 피해를 입었을 때 스스로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피해를 입은 것은 본인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면 좋겠어요. 피해를 호소하는 것이 피해자 입장에서 부담스러워요. 소문 등 사생활 침해 걱정이 있잖아요. 특히 조직 내에서 문제제기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전국에는 성폭력 상담소가 있어요. 인터넷이나 SNS로도 변호사의 조언을 받을 수 있어요. 특히 가해자와 보낸 문자를 잊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워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증거에 해당될 수 있어서 확보해야 해요.”

김재련 변호사 ⓒ홍수형 기자
김재련 변호사 ⓒ홍수형 기자

 

19년 째 법률 대리 중'웰디보싱' 외치는 이혼전문 변호사

세쌍둥이의 엄마... 몸도 마음도 충전의 시간이 필요

“19년 째 변호사로 일하고 있지만 중간에 2년은 여성가족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해 잠깐의 공백이 있어요. 여가부에서 권익증진국장을 맡았어요. 그러면서 폭력 피해자를 대리하는 일들이 주를 이뤘어요. 그 외에는 생업으로 이혼 사건 처리를 많이 했어요. 제 경험으로 폭력 피해자들은 사건의 결과보다는 과정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거나 용기를 얻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는 법률 지식을 공유하면서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보람됐죠. 근데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피해자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오해나 갈등이 생겨서 죄송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해요. 앞으로도 폭력 피해자를 법률 대리하는 일을 할 텐데 언제나 피해자의 곁에 설 수 있도록 다짐하고 전문 지식을 열심히 익히려고 해요.”

김 변호사는 이혼 사건도 전문적으로 맡고 있다. “우리가 웰빙(Well-Being), 웰다잉(Well-Dying) 이야기는 많이 하는데 잘 이혼해야 한다는 뜻의 웰디보싱’(well-divorcing)은 잘 생각하지 않아요. 웰디보싱은 건강한 이혼을 말하는데 그 의미는 미성년 자녀에게 있어요. 부부가 헤어지는 것이지 부모가 헤어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이혼 과정에서 파트너와 소모전을 하면 감정적인 찌꺼기가 미성년 자녀들에게 전가돼요. 그래서 부부는 웰디보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또 소송하는 과정은 굉장히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에요. 저는 의뢰인에게 양보하라고 권유해요. 차라리 그 에너지로 다른 생산적인 일에 쓰라고요.”

김재련 변호사 ⓒ홍수형 기자
김재련 변호사 ⓒ홍수형 기자

 

김재련 변호사 사무실은 갤러리이기도 한다. 그의 사무실은 현재 김영미 작가의 작품이 전시 돼 있다. “작품을 보고 즐기는 것을 좋아해요. 저는 딱딱한 법을 처리하는 법조인이지만 문화·예술인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해요. 복잡한 논문을 읽는 것보다 하나의 작품을 통해 느껴지는 마음의 평화가 있거든요. 사무실에 그림을 전시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있어서 훌륭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어요.”

그는 세쌍둥이 아들의 엄마이기도 하다. “저희 아이들은 세월의 힘으로 커가고 있어요. 각자도생이에요. 아들이 숙제를 안했을 때는 학교에서 혼나면 돼요. 저는 담임 선생님께 아이들이 숙제를 안 하거나 준비물을 챙기지 못했을 때 엄마보고 뭐라고 하지 말고 아이들을 재량껏 혼내달라고 부탁드려요.”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변호사로서 공적인 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피해자 무료 법률 구조도 열심히 해왔고 공공기관에서 활동하는 것도 최선을 다했죠. 지난해까지는 했는데 지금은 구조활동은 중단했어요. 이제는 제 삶에 더 충실히 살고 싶어요. 몸도 마음도 충전의 시간이 필요해요.”

▷인터뷰 영상 바로가기 : https://youtu.be/mdQKO7L8Oi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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