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 우먼 김경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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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인공암벽을 오르는 스파이더 우먼 김경희씨. <사진·이기태>▶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80평 남짓한 실내 공간은 온통 올록볼록 알록달록한 혹으로 뒤덮여 있고 바닥은 발이 푹푹 빠질 만큼 두꺼운 매트리스가 깔려 있다. 맨손으로 벽면에 튀어나온 부분을 잡고 한 바퀴 빠르게 이동하기도 하고, 천장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리기도 하는 김경희(28·사진) 씨. 스파이더 우먼이 따로 없다.

“처음 시작할 땐 이렇게 번호를 따라 이동하면서 난이도를 높이는 게 좋아요.”

이곳에서는 초보자를 위해 홀더(손잡이)와 스탠드(발디딤돌)에 꼬리표를 붙여두었다. 처음 암벽을 타는 사람들은 이동시 다음에 짚어야 할 부분이 어딘지, 왼손으로 할지 오른손으로 할지, 발은 어디를 딛어야 미끄러지지 않을지를 여러 가지 코스 연습을 통해 알 수 있기 때문.

김씨가 실내암장에서 암벽을 타기 시작한 건 날씨가 쌀쌀해지면서부터다. 실내에서도 쉽고 안전하게 암벽 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대학 때 산악부에 들고 난 후 한두 번 산을 올랐지만 본격적으로 암벽을 타기 시작한 건 1999년 산악회 <청악>에 가입하고 나서다.

북한산 인수봉, 도봉산 선인봉, 할미바위 등 웬만한 암벽은 다 타봤다. 급기야 2001년 여름에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한달 동안 혼자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올랐다. 이후론 생활에 활기와 자신감이 넘친다는 그녀다.

“암벽을 타는 순간순간 혼자만의 힘겨운 싸움이 시작돼요.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지나왔다는 안도감, 가야한다는 목표의식, 진행해야 할 과정 등 그걸 극복하고 목표지점에 오르면 해냈다는 무한한 자신감이 생겨요. 정말 짜릿하죠. 안 해본 사람은 아마 모를걸요.”

김씨의 손바닥은 굳은살로 박혀 성한 구석이 없다. 손가락 하나 하나 물집이 터지고 두터운 굳은살이 생길 때까지 산을 오르고 또 올랐다는 증거다.

“주말에는 청악 식구들과 산에서 자연암벽을 하구요. 평소에는 일 끝나고 실내 암장에서 암벽에 올랐다 쉬었다 하는 거죠. 특별한 장비가 필요 없으니까 실내암장은 남녀노소 누구나가 쉽게 배울 수 있어요.”

직장 10년차 김씨는 극한상황에서 서로의 유대감을 느끼며 오르는 자연암벽도 좋지만 적당한 긴장감을 갖고 다양한 형태로 오를 수 있는 실내암벽 또한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감현주 기자

실내 암벽 도전하기

인공 암벽타기는 장비부터가 간단해 손쉽게 도전할 수 있다. 간편한 복장에 미끄러지지 않는 암벽화가 기본. 높은 곳은 밧줄(자일), 하강기, 초크통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

서울지역 포스코 실내암벽장과 매드짐을 비롯, 클라이밍스포츠센터, 클라이밍아카데미, The TOP, 살레와스포츠센터 등 실내 암벽장은 한 달에 5만원에서 7만원이면 언제든지 이용가능하며, 강북청소년 수련관 등 지자체가 운영하는 곳은 교육비가 1만원이다.

암벽타기 전 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은 필수적이며 손가락과 팔, 어깨 등 근육을 강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초보자들은 암벽에 오르면 5분 이상 버티는 게 힘들기 때문에 꾸준하게 근력을 기르고 코스를 연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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