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우 최초 오스카 연기상...아시아계 두 번째
“오늘 밤 내가 좀 더 운이 좋았을 뿐...
한국 배우 향한 미국의 환대 아닌가” 겸손한 소감
“아이들 잔소리 덕에 열심히 일했더니 상 받아”

미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윤여정(74)이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받으며 새 역사를 썼다. 

윤여정은 26일 오전(한국시간, 현지시간 25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유니온스테이션과 돌비극장 등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오스카 연기상을 거머쥐었다. 아시아 배우로는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두 번째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수상 결과가 발표되자 윤여정은 수상자를 호명한 브래드 피트에게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한 뒤 무대에 올랐다. 피트는 지난해 남우조연상 수상자이자 ‘미나리’의 제작자다. 

윤여정은 “(‘미나리’ 제작진 모두는) ‘원더풀’ 가족이 됐다”며 “정이삭 감독 없이는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감독의 노고를 칭찬했다.

이어 “우리는 모두 각기 다른 역할을 연기하는 것이기에 이건 경쟁이 아니다”라며 “오늘 밤 나는 운이 조금 더 좋았기에 이 자리에 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쩌면 한국 배우를 향한 미국 사회의 환대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정말 깊이 감사드린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윤여정은 또 자신의 두 아들에게 감사하다며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상을 받게 됐다”고 유쾌하게 표현했다.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이건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물”이라고 했다. 

이날 여우조연상 후보에는 윤여정을 포함해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 필름’의 마리아 바카로바,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스,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 올리비아 콜먼이 올랐다.

앞서 윤여정은 미국 할리우드의 각종 시상식 결과를 예측하는 ‘골드더비’ 사이트에서도 다른 후보들을 압도적 표차로 제치고 수상자 예측 투표에서 1위를 기록했다. AP통신을 비롯한 외신도 여우조연상 유력 후보 1위로 꼽은 바 있다. 

1980년대 한인 가정의 미국 이주 정착기를 그린 영화 ‘미나리’는 이번 오스카상에서 여우조연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각본상, 작품상, 음악상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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