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후
온라인 기자간담회서 다양성과 인종차별 반대 목소리
“아시안으로서 우리 이야기 전하는 건 하나의 기회”
브래드 피트 관련 무례한 질문엔 뼈 있는 농담 
“피트 냄새 안 맡았다...나는 개가 아니다”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고 기자실에서 포즈를 취하며 활짝 웃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고 기자실에서 포즈를 취하며 활짝 웃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영화 ‘미나리’로 한국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74)이 “피부색, 인종, 젠더 등은 중요하지 않다”며 “다른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는 건 좋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윤여정은 25일(현지 시간)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마련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아시아 영화의 약진과 할리우드의 다양성 확대와 관련해 “심지어 무지개도 일곱 빛깔”이라며 “피부색은 중요하지 않다. 젠더도 중요하지 않다. 남성이냐 여성이냐, 흑인과 백인, 동양인과 히스패닉, 동성애자나 이성애자 등등, 나는 이런 식으로 나누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평등한 사람들”이라며 “다른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는 건 좋은 일이다. 서로를 알지 못하면 사람들은 여러 가지 분류를 하는데, 그런 식으로 나누는 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아시아인으로서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는 건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배우 윤여정(왼쪽)이 2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고 기자실에서 배우 브래드 피트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배우 윤여정(왼쪽)이 2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고 기자실에서 배우 브래드 피트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앞서 이날 시상식 현장에서는 ‘미나리’ 제작사 대표이기도 한 브래드 피트가 여우조연상 발표자로 등장해 윤여정을 수상자로 호명했다. 이에 대해 한 기자가 “무대를 빠져나가며 브래드 피트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그의 냄새는 어땠나”고 묻자 “냄새는 안 맡았다. 나는 개가 아니다”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또 브래드 피트와 영화를 찍는다면 어떤 장르를 택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내 영어 실력과 나이를 생각하면 피트와 같은 영화에 출연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고 답해 웃음을 끌어냈다. 

윤여정은 이날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연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아시아 여성 배우로는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역대 두 번째다. 그는 “이건 경쟁이 아니다. 나는 그저 오늘 밤 다른 후보들보다 운이 조금 더 좋았을 뿐이다”라며 “아마 한국 배우에 대한 미국의 환대가 아닐까 싶다”고 겸손하게 소감을 전했다. 

앞서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무대 위에서 윤여정은 서구중심주의를 재치 있게 비꼬기도 했다. 수상 소감을 시작하며 윤여정은 “아시다시피 나는 한국에서 왔고, 윤여정이다. 유럽인들은 내 이름을 여영이나 유정 등으로 부르곤 하는데, 오늘만은 여러분 모두를 용서하겠다”고 말해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11일 영국 아카데미상(BAFTA) 시상식에서도 “모든 상이 의미 있지만 이 상은 고상한 척하는 영국인들에게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고 말해 화제에 올랐다. 

윤여정은 스스로를 '생계형 배우'로 일컬으며 “운이 조금 더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수상 소감을 발표했지만, 이날 시상식 후 기자간담회에서는 “나는 경력을 쌓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노력했다”면서 “세상에 펑(BANG) 하고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 도착, 레드카펫에 올라 웃음 짓고 있다. ⓒAP/뉴시스·여성신문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 도착, 레드카펫에 올라 웃음 짓고 있다. ⓒAP/뉴시스·여성신문

뒤이어 열린 한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는 더 솔직한 소감이 이어졌다. 배우로서 최고의 영예를 누리게 됐다며 감회를 묻는 한 취재진의 질문에 윤여정은 도리어 “최고의 순간이 싫다”고 답했다. 이어 “이게 최고의 순간인지 잘 모르겠다.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다”라며 “상을 받았다고 해서 윤여정이 김여정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변하는 건 없다. 나는 계속 윤여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오스카상 후보로 지목된 이후 여러 차례 진행된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경쟁을 싫어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날도 “굳이 너무 '1등'이나 '최고'만 고집하지 말고 다같이 '최중'이 되면 안 되나?”라고 되물었다. 

국민적인 성원이 부담되고 마음을 무겁게 했다고도 털어놨다. 윤여정은 수상 직전까지도 2002 한일 월드컵 대표팀, 김연아 선수 등 나라를 대표하는 운동선수의 심정에 이입했다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니까 몸에 힘이 들어가서 눈 실핏줄이 다 터질 정도였다”고 말해 현장에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상을 타서 성원에 보답할 수 있어 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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