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윤여정을 에코페미니스트라 부르고 싶다
[여성논단] 윤여정을 에코페미니스트라 부르고 싶다
  • 장필화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 승인 2021.04.27 15:45
  • 수정 2021-04-27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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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윤여정이 수상 여부 예측 투표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후크엔터테인먼트
배우 윤여정 ⓒ후크엔터테인먼트

독립 영화 ‘미나리’가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이하 오스카)’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 자체가 코로나19 우울증을 벗어낼 힘을 주는가 싶었는데 정작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이 확정되고 나니 예상보다 더 큰 기쁨의 물결이 느껴진다. 우리는 영화 미나리와 배우 윤여정을 통해 우리가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대전환을 예고하는 메시지를 발견한다. 어찌 보면 ‘밋밋한’ 스토리에 화려한 자연의 스펙터클도 없는 이 영화를 수상 후보에 올린 심사 위원들과 그 덕분에 전 세계 관객들이 그 메시지를 접하게 된다는 것은 매우 신나는 일이다. 윤여정은 미국에서 이주여성으로 살았던 경험,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 생존 위한 노동으로서 배우를 했다는 싱글맘으로서, 그리고 ‘여’배우의 생명을 젊음과 아름다움에 두는 영화계에서 살아낸 55년 동안의 구석구석에서 여성주의적 삶을 엿볼 수 있다.

가장 보이지 않는 사람 보여줘

저예산 독립영화 미나리가 이렇게 각광 받을 수 있었던 수많은 요소 중 배우 윤여정의 힘은 단연 독보적이다. 그 힘은 물론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권력과는 다르다. 그가 맡아온 대단히 스펙트럼이 넓은 역할과 문제작들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동안 세계의 이곳저곳에서 음식을 준비해서 대접하는 TV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매력과 성실함이 합쳐서 쌓아놓은 힘이다. 그 힘이란 또한 가장 보이지 않는 사람들 - ‘죽여주는 여자’, ‘계춘할망’ 등에서 보여주는- 박카스아줌마, 해녀 이야기를 연기해내는 마음에서 오는 힘이다.

윤여정이 뿜어내는 힘은 그의 사람됨에서 나온다. 그는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시나리오 작가가 ‘진심’을 가지고 진짜 이야기를 진지하게 쓴 것이 느껴질 때, 감독이 존경할 만한 사람인지를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한다. 윤여정의 힘은 또한 자신의 약점과 ‘열등의식’을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자신감에서 나온다. 그가 수상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최고가 아니라 최중”을 지향하면 안되겠냐 라고 반문했던 것이나 다른 경쟁 후보들에게 자신이 더 잘 해서가 아니라 더 행운이 따랐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이 가식으로 들리지 않았던 것은 신자유주의 시대를 대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진정성 있는 외침이었기 때문이다.

관습을 따르지 않는 진심

우리 채소 미나리는 대기업화된 식품 산업이 가져온 서구적 입맛과 식생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미나리 반찬 개반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 사람들에게는 너무 흔하고 별 특징적 맛이 없는, 싱거운 값싼 채소로 저평가 된 채소인 미나리는 이번에 새로 찾아보니 비타민이 많은 알칼리 채소로 혈압을 낮추고 빈혈을 개선하고 해독 작용을 통해 피로를 해소하는 효험이 있는 대단한 가치 덩어리. 더구나 어디에서나 물 가까이에서 라면 빠르게 성장하고 퍼지는 이 식물은 하천을 정화해주는 해독작용이 있어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출신 토착식물 먹거리 운동가 하유(Hayu)가 일러주는 쇠비름과 견줄만하다. 쇠비름은 연어에서 추출할 수 있는 것 보다 수십 배 많은 오메가3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미나리가 상징하는 생명력과 디톡스 기능을 윤여정의 쉼 없는 역할과 겹쳐 보면서 자신을 늙은 여우라고 말하는 이분을 인간과 자연의 생태계를 회복하는 여우의 지혜를 나눠주는 에코페미니스트라고 부르고 싶다. 

장필화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홍수형 기자
장필화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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