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성 따를 수 있다”… 정부, ‘부성 우선주의’ 폐기 추진
“엄마 성 따를 수 있다”… 정부, ‘부성 우선주의’ 폐기 추진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1.04.27 19:29
  • 수정 2021-04-28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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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확정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4월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4월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정부가 혼인‧혈연 관계를 넘어 다양한 가족을 포용할 수 있도록 건강가정기본법상 가족의 정의와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아버지 성을 우선 따르도록 하는 ‘부성 우선주의’도 폐지를 추진 한다. 앞으로는 자녀 출생신고 시 어머니와 아버지가 협의 해 자녀의 성을 결정할 수 있도록 바꾼다.

여성가족부는 향후 5년간 가족정책 추진의 근간이 될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년)’을 4월27일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다양성‧보편성‧성평등을 방향으로 설정하고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여건을 만드는 데 초점을 뒀다. 이를 위해 △세상 모든 가족을 포용하는 사회기반 구축 △모든 가족의 안정적 생활여건 보장 △가족다양성에 대응하는 사회적 돌봄 체계 강화 △함께 일하고 돌보는 사회 환경 조성 등 4개 영역의 정책 과제를 마련했다.

‘정상가족’에서 ‘다양한 가족’으로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에서 벗어나 사회적 인식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건강가정기본법과 민법상 가족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건강가정기본법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규정하고 있다. 민법은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또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한정했다.

‘건강가정기본법’ 명칭도 바꾸기로 했다. ‘건강가정’이라는 용어는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이른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와 차별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다양한 가족을 포용할 수 있도록 건강가정 대신 가치중립적인 용어로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2005년 ‘건강가정’과 상반되는 ‘건강하지 않은 가정’이라는 개념을 도출시키므로 중립적인 법률명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여성가족부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여성가족부

비혼 여성 단독 출산 연구 추진

정자를 기증받아 자녀를 출산한 방송인 사유리씨 같은 보조생식술을 이용한 비혼 여성의 단독 출산에 대한 연구와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우선 대리출산이나 정자·난자 공여 등 생명윤리나 비혼 출산 시술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상반기 중 진행하고, 정자 공여자의 지위나 아동의 알 권리 등 연구·제도개선 필요성을 검토한다. 대안적 가족 공동체의 권리 보호를 위해 돌봄제도와 유언·신탁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모든 아동이 빠짐없이 출생신고가 되도록 의료기관이 출생사실을 국가기관에 통보하는 ‘의료기관 출생통보제’ 도입도 추진한다. 장기적으로는 의료기관이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정보를 국가에 등록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로 나아간다. 자택에서 홀로 출산하는 경우에는 유전자 검사비, 법률 상담, 출생신고 절차를 지원한다.

부선 우선주의→부모 협의

자녀의 성 결정 방식은 부성 우선주의 원칙에서 ‘부모 협의 원칙’으로 바꾼다. 현행 민법 제781조는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 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자녀의 출생신고 시 부모가 협의해 성을 따를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출생신고서와 민법에서 부모의 혼인 여부에 따라 ‘혼인 중의 출생자(혼중자)’나 ‘혼인 외의 출생자(혼외자)’로 구분 짓는 것을 폐지할 방침이다.

법률혼·혈연 테두리 밖에 있는 가족도 법과 제도 안으로 끌어들인다. 가족돌봄지원 제도나 피부양자·유족 범위 등에 생계와 주거를 함께하면서 실질적으로 부양과 돌봄을 하는 가족관계를 포괄하는 방향이다. 현재 각종 법률에선 피부양자·유족 범위를 ‘사실혼’ 관계까지로 본다. 공공 주거지원 관련 법령·정책은 법률혼 중심이다. 여가부는 “비혼 동거 범위에 동성을 포함하는지를 비롯해 가족구성원 정책 대상, 범위, 구체적 내용은 향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부모·1인 가구 지원 확대

‘청소년 부모’의 연령을 현행 ‘18세 이하’에서 ‘24세 이하’로 확대해 임신·출산에 대한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아이돌보미 등 돌봄서비스 지원, 학업지속 및 검정고시 등 자녀양육, 학업 지속, 생활안정 등을 위한 종합적 지원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지원 연령은 24세 이하로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1인 가구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1인 가구의 고독‧고립 방지를 위해 지역사회 소셜다이닝과 자조모임 활동을 지원하고 여성 1인 가구의 안전한 생활여건 마련을 위한 범죄 예방체계를 확충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여성 1인가구 밀집지역에 접근 또는 거주하는 전자감독 대상자에 대해 집중관제 및 신상정보 공유 등 밀착 관리를 강화하고 신종 범죄 통계 생산 등 통계 개선도 추진한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가족의 개인화, 다양화, 계층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며 “다양한 가족을 포용하고 안정적 생활 여건을 보장하며, 함께 돌보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다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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