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구로공단 조성 과정에서
국가에 농지 빼앗긴 농민들
진실화해위, 2008년 ‘국가의 공권력 남용’ 결정 
농민·유족 재차 손배소
법원 “정부의 일방적 구로공단 조성,
수사기관 동원 불법 행위” 판결

구로공단 지역의 1960년대 모습. ⓒ금천구청
구로공단 지역의 1960년대 모습. ⓒ금천구청

1960년대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구로공단) 조성 과정에서 농지를 빼앗긴 농민과 유족들에게 국가가 518억원을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른바 ‘구로 농지 사건’ 피해자 38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박정희 정권은 1961년 9월 구로공단 조성 명목으로 서류상 군용지였던 서울 구로동 일대 약 30만평의 땅을 강제수용하고 농사짓던 주민들을 내쫓았다. 앞서 농민들은 1950년 4월 당시 농지개혁법에 따라 국가로부터 적법하게 배분받은 해당 농지에서 상환곡을 납부해왔다. 

이에 농민들은 1964년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냈고, 1967년 3월 법원은 농민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검찰은 1968년부터 소송을 제기한 농민들과 증인으로 참여한 공무원들을 사기 혐의로 수사를 벌이며 강제 연행했고, 41명을 형사재판에 넘겼다. 또 소송 취하 및 권리 포기를 강요하며 폭행 등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정부는 이런 수사기록을 내세워 민사재판 재심을 청구해 1989년 다시 토지 소유권을 가져갔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8년 7월 이 사건을 ‘국가의 공권력 남용’으로 결정하면서부터다. 농민과 그 유족들은 분배농지 시가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다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2심은 국가가 농민들의 토지분배권을 침해했다며 국가가 418억원의 손해배상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피해자들의 소송이 법정 기한을 넘겨 무효라는 정부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농민들이 적법하게 분배받은 농지에 대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구로공단을 조성한 것”이라며 “분배농지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도록 수사기관을 동원해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정부 측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기각하며 원심이 확정됐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9년 12월에도 국가가 농지 강탈 피해자 17명에게 660여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법무부가 2017년 추산한 구로공단 농지 강탈 사건 관련 국가배상금 총액은 9181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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