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미국 NBC 방송 인터뷰 
“결혼 생활만으로 편안한 삶 누리는 것 안 좋아해”
‘미나리’ 연기 위해 신경과 전문의와 연습...
샐러리·당근·육포 입에 넣고 연기
27일 미국 NBC 방송 인터뷰 
“결혼 생활만으로 편안한 삶 누리는 것 안 좋아해
일이 없으면 지루해져...돌아가면 다시 일 시작할 것” 

ⓒNBC뉴스 영상 캡처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사를 새로 쓴 배우 윤여정(74)이 “커리어우먼이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NBC뉴스 영상 캡처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사를 새로 쓴 배우 윤여정(74)이 “커리어우먼이 되어 기쁘다”고 표현하며 배우로서의 인생을 되돌아봤다. 

윤여정은 27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 ‘아시안 아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오랜 공백기 끝에 자신에게 배역을 제안한 각본가에게 감사를 표하며 “그때부터 영원히 배우로 활동할 것임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결혼 생활만으로 편안한 삶을 누리는 것을 더는 좋아하지 않게 됐다”며 “내가 커리어우먼이 된 것이 매우 기쁘다”고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38세의 나이로 미국 플로리다의 식료품점에서 계산원으로 일할 생각까지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 이혼 후 두 아들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언어 장벽과 사회적 낙인의 무게로 인한 유일한 선택지가 계산원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생존하기 위해, 식탁에 음식을 올리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시상식 당일 한국 취재진과의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도 윤여정은 “내게 열등의식이 있었다”며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니고, 아르바이트하다가 연기를 하게 됐다. 내 약점을 아니까 열심히 대사를 외워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는 게 내 철학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윤여정은 “정말 열심히 일했다”며 ‘미나리’에서 할머니 ‘순자’ 역할을 소화하며 뇌졸중 이후의 모습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 샐러리와 당근, 육포 등을 입에 넣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또 신경과 전문의와 함께 뇌졸중 증세가 있는 사람의 걸음걸이와 자세, 표정 등을 연습했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순자’ 역할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내가 잘한 건 없다. 대본이 잘 쓰였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상을 받은 건 행복한 순간이지만, 내 인생을 바꾸진 않는다”며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일을 시작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고 기자실에서 포즈를 취하며 활짝 웃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고 기자실에서 포즈를 취하며 활짝 웃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윤여정은 두 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나를 나가서 일하게 해줬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이라며 수상 소감에서의 표현을 다시 언급했다. 이어 “일이 없으면 지루해진다. 그렇지 않은가”라며 “직업은 우리의 일부이고, 우리의 이름과 우리 자신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윤여정은 “할리우드에 그다지 관심 없다”며 솔직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미국에서 프로젝트 (제의)가 오면 한국 사람들은 내가 할리우드를 존경한다고 생각하던데, 아니다. 내가 계속 (미국에) 오는 이유는 미국에서 일하면 내 아들을 한번 더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NBC 방송은 윤여정을 ‘베테랑 연기자’로 칭하며 ‘미나리’에서 할머니 ‘순자’ 역할을 맡게 된 이유를 물었다. 이에 윤여정은 “한국계 미국인인 두 아들도 이민자로서 일상적인 딜레마를 견뎌야 했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앞서 한국 취재진과의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도 윤여정은 “나는 미국 사람들 말을 잘 안 믿는다. 그 사람들은 단어가 너무 화려하지 않나. (브래드 피트도) 내 연기를 너무 존경한다고 하던데 나는 늙어서 남의 말에 잘 안 넘어간다”며 현장에 웃음을 자아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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