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자여도 그럴까” 터키 정부 성차별에 분노한 EU 여성수장
“내가 남자여도 그럴까” 터키 정부 성차별에 분노한 EU 여성수장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1.04.29 10:26
  • 수정 2021-04-29 2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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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정부, 최근 EU-터키 정상회담서
여성 대표만 의자 미제공...소파 앉아
외교 결례 넘어 성차별 파문
EU 여성수장 공개 비판
“여성 동등하게 대우하는 세상, 아직 멀었다”
지난 6일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EU-터키 정상회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의자에 앉았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자리가 없어서 서 있어야 했다. 그는 결국 터키 외무장관과 마주 본 채로 소파에 앉아야 했고, 이는 성차별이라고 항의했다. ⓒ유럽의회 유튜브 영상 캡처
지난 6일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EU-터키 정상회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의자에 앉았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자리가 없어서 서 있어야 했다. 그는 결국 터키 외무장관과 마주 본 채로 소파에 앉아야 했고, 이는 성차별이라고 항의했다. ⓒ유럽의회 유튜브 영상 캡처

유럽연합(EU)과 터키 간 ‘소파게이트’에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EU 행정수반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최근 EU-터키 정상회담에서 성차별을 겪었다며 공개적으로 항의한 사건이다.

26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BBC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지난 6일 터키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만났다.

그런데 터키 정부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미셸 의장이 앉을 의자만 준비했다. 외신들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헛기침하며 당혹감을 표했으나, 의자가 마련되지 않아 터키 외무장관과 마주 본 채 소파에 앉아야만 했다”고 전했다.

EU 집행위원장과 정상회의 의장을 동등하게 예우하는 외교 관례가 깨진 셈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과거 EU 남성 수장 2명과 만날 때는 각각 별도의 의자에 앉았던 것과 비교된다. 일각에선 이 사건을 ‘소파게이트’라고 명명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과거 EU 남성 수장 2명과 회담을 가질 때는 모두가 별도의 의자에 앉았다.  ⓒ유럽의회 사진 갈무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과거 유럽연합 남성 대표 2명과 회담을 가질 때는 모두가 별도의 의자에 앉았다. 여성 대표만 다른 대우를 받았다. ⓒ유럽의회 사진 갈무리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26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며 “결국 내가 여성이라서 일어난 일이다. 만약 내가 양복에 넥타이를 맸다면 이런 일을 겪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의원들에게 “여러분들 중 다수, 특히 여성 의원들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아실 것이다. 여성이자 유럽인으로서 나는 상처받고 혼자가 된 기분이었다”며 “여성을 동등한 존재로 대우하는 세상은 아직 멀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도 비슷한 요지의 글을 올리고 “제 경험담은 언론 주요 기사가 됐지만, 훨씬 심각한 일을 겪은 알려지지 않은 여성들이 많다. 이들의 이야기도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스페인 출신 이라트세 가르시아 페레스 유럽의회 의원은 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소파게이트’ 사건을 알리며 터키 정부를 비판했다. ⓒ트위터 캡처
스페인 출신 이라트세 가르시아 페레스 유럽의회 의원은 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소파게이트’ 사건을 알리며 터키 정부를 비판했다. ⓒ트위터 캡처

이번 사건은 최근 터키 정부의 반(反) 여성인권 행보와 이로 인한 EU-터키 간 마찰과 연관이 있다. 터키는 3월 여성폭력을 금지한 국제조약인 ‘이스탄불 협약’ 탈퇴를 선언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스페인 출신 이라트세 가르시아 페레스 유럽의회 의원은 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소파게이트’ 사건을 알리며 “터키가 이스탄불 협약에서 탈퇴하더니 이제 공식 회담에서 EU 집행위원장에게 자리조차 내주지 않는다.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터키의 협약 탈퇴는 끔찍한 신호”라며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에 맞서고 예방하기 위한 법제도를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출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 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이다.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다 42세에 기독민주당에서 입당,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발탁돼 가족청년부 장관, 노동부 장관, 독일 최초 여성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2019년 EU 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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