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5명 중 2명이 여성
"유의미하지만 여성 정치 롤모델 역할 충실히 해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당선된 백혜련(왼쪽), 전혜숙 의원.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당선된 백혜련(왼쪽), 전혜숙 의원.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여성 정치 대표성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최고위원 5명 중 2명이다. 제21대 국회는 여성 정치 대표성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국회라고 평가받는다. 전문가는 “유의미한 결과”라면서도 “여성들이 성평등한 정치문화를 가꾸는데 얼마나 기여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전당대회를 열고 신임 당대표와 최고위원 등 차기 지도부를 선출했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백혜련(재선·경기 수원을)·전혜숙(3선·서울 광진갑) 의원은 각각 득표율 3위(17.21%)와 5위(12.32%)를 기록하며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백 최고위원은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여성들도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저뿐 아니라 전혜숙 최고위원까지 지도부에 들어온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지도부도 평등하게 남녀동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최고위원도 서면 인터뷰를 통해 “여성들에게 더 많은 정치적 기회와 가능성을 느꼈다”며 “여성들의 공직 진출 기회도 그만큼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범위를 넓혀 국회로 바라봤을 때 제21대 국회에서는 최초 여성 국회 부의장이 탄생했다. 또한 2017년 기준 OECD 회원국의 평균 여성의원 비율인 28.8%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역대 최다 여성 의원과 여성 상임위원장이 배출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제21대 국회를 여성대표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역사적인 국회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14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국회와 주요국 의회의 여성 원내지도부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제헌국회 이래로 제20대 국회까지 여성의원은 국회의장을 비롯해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또한 국회에서 여성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는 것은 제16대 국회 후반기에 여성위원회가 상임위원회로 신설되면서였다. 여성위원회가 아닌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여성의원이 맡은 것은 제17대 국회부터다.

입법조사처는 원내지도부를 이끌어 갈 중진급 의원은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의회의 원내지도부에서 여성의원 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여성의원 의석비율이나 정치문화 등 다양하다. 대부분의 의회는 의장단과 위원장 선출에서 선임우대주의를 불문율로 채택하고 있다. 그러므로 여성의원이 원내지도부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다선인 여성의원 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두 여성 최고위원 당선에 대해 “축하할 일이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더불어민주당 당선 사례 이전에 국민의힘에서도 여성의원들이 자력으로 최고위원에 당선된 사례가 있다. 시간 순서상으로 늦긴 했지만 여성의원들이 자력으로 당선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요인이 작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원들이 이제는 성별을 이유로 최고위원을 뽑지 않는구나 싶다”며 “그런 점에서 유의미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권 대표는 정치적 최고권력 자리에 진입한 여성들이 성평등한 정치문화를 가꾸는데 얼마나 기여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이 대표가 돼야 한다는 것은 성별이 다르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성별에 따른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함으로서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드는 역할을 하라는 어느 정도의 의무와 소명의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이 그런 역할을 해왔나”라고 되물으며 “개인의 차원에서 최고 위치에 올라가는 것과 성평등 민주주의의 증진을 위해 여성들이 도전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냐는 또 다른 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고위원이 됐다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그 권한과 권력을 성평등이라는 가치에 잘 써야 하는 의무 또한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며 “기존 남성들이 해온 계파 정치 말고 다른 여성들이 정치를 하고 싶다는 것을 느끼도록 여성 정치 롤모델을 만드는 역할을 충실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다음달 11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당은 오는 22일 하루 동안 후보자 등록을 통해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 신임 지도부를 선출한다.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규정 제43조에는 최고위원 선거에서 4위 득표자 이내에 여성당선자가 1명도 없을 경우 4위 득표자 대신 여성후보자 중 최다득표자를 최고위원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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